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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취업 도우미` SKT, 대학생 250명 현장경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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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5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허준 HR그룹 인재채용팀장(왼쪽)과 신입사원 안혜연 매니저가 SK텔레콤의 채용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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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당장 취업을 목전에 둔 대학교 4학년이 아닌 2·3학년생을 대상으로 250명 규모의 '근무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스펙'보다 '직무역량'을 중시하는 채용 트렌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책임지고 직접 직무역량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당장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움츠러드는 채용 전환형 인턴과 달리 취업에 부담이 없는 인재들이 젊은 감각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18일 SK텔레콤은 대학교 2·3학년 혹은 석사 1년차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직무 체험을 돕는 근무형 인턴십 프로그램의 참가자 선발을 마쳤다. '근무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기존 SK텔레콤이 공채 인턴십과 달리 채용 전환을 전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전국 25개 대학에서 인턴사원 후보군을 추천받아 약 250명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취업준비생'이란 타이틀이 달리지 않은 2·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인턴십을 실시하게 된 계기와 목표를 지난 15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허준 HR그룹 인재채용팀장을 만나 들어봤다. SK텔레콤은 자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학력이나 공인영어성적 같은 스펙이 아닌 직무역량 중심으로 지원자를 뽑는다고는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취업준비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는 반문에서 근무형 인턴십 프로그램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허 팀장은 "대학생들이 하는 학회나 취업 동아리 활동을 살펴봤는데 '경영전략 학회' '마케팅 동아리' 등 정말로 직무에 특화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었다. SK텔레콤도 직무역량을 강조하는데 정작 이를 경험할 기회는 주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4학년을 대상으론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당장의 취업을 위한 것이지 직무역량을 경험해볼 기회로선 부족했다"며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돌입하기 1~2년 전에 미리 경험을 쌓는 동시에 어떤 직무가 자신에게 적합한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근무형 인턴십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턴십은 무선사업, 마케팅, 홍보, 인공지능 R&D, 데이터과학 등 SK텔레콤 사업 전 분야에 걸쳐 세부 직무별로 선발되며 참가자는 현재 SK텔레콤 직원들이 하고 있는 일과 똑같은 일을 하게 된다.

허 팀장은 "학생이라고 해서 그들의 역량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이들도 충분히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도전적으로 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일부 인턴들은 자기 역량보다 버거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 단계 성숙하는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형 인턴이 참가자들에겐 실질적인 직무역량을 기르고 향후 취업 활동에 있어서 내세울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서 도움이 된다면, SK텔레콤에는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와 감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참가자들이 당장 취업에 대한 압박감도, 합격·불합격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만큼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개성을 마음껏 뽐내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허 팀장은 "최근 SK텔레콤의 가장 큰 고민은 'YT(영타깃·젊은 소비자층)에 어떻게 소구할 것인가'인데 정작 SK텔레콤 안에는 YT가 없다. 더 이상 '아재'나 '아지매'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젊은 인재들로부터 자극받고 배워야겠다는 목표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허 팀장은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근무형 인턴십에선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들에게 기대했던 특징들, 개인적인 동시에 개성이 강하고 지적수준이 높으며 개방적이고 감성적인 모습이 행동과 성과 하나하나가 당락으로 이어지는 상황 앞에서 움츠러들고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채용의 압박에서 벗어난 환경에선 젊은 세대의 특징이 보다 잘 발휘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거친 신입사원 역시 이에 적극 공감했다. 지난해 여름 인턴십을 거쳐 올해 SK텔레콤의 신입사원이 된 안혜연 매니저는 "처음에 인턴십을 할 때 주변에 대단한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압박감을 덜 느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당시 몇몇 친구들을 보면 SK텔레콤에 정말 들어오고 싶은 절박한 마음에 압박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며 "자신이 제안하는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닐까' 움츠러드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서 안 매니저는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말 신기한 게 압박감을 느꼈던 친구보다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회사에 도전적으로, 어찌 보면 공격적으로까지 한 친구들이 결과가 좋았다"며 "회의를 하면서 'SK텔레콤은 사업을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라고까지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번 근무형 인턴십 선발권을 사실상 대학에 일임했다. 250명의 약 1.1배수를 25개 대학의 경력개발센터 등과 같은 취업 관련 기관과 교수들의 추천으로 선발한 뒤 SK텔레콤이 간단한 영상인터뷰를 진행해 최종 선발했다. 공개채용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허 팀장은 "250명의 인턴을 공개채용으로 선발하면 어마어마한 수의 지원자가 몰리고 그 과정에서 또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며 "이는 회사 입장에서도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고, 지원자 입장에서도 부담이기에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5개 대학 선정 기준은 대학의 명성이나 일반적인 서열이 아닌 지난해 SK텔레콤 공개채용 지원자가 많았던 대학순으로 설정해 형평성을 더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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