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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기자24시] 청년채용절벽의 가해자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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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청년 취업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대학 학점을 소수점 단위로 신경 쓰고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취득해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려 애쓰는 상황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달라진 건 10년이 지나면서 변해버린 청년들의 울부짖음이다. 18일 최악의 청년실업 현상을 다룬 본지 기사에 쏟아진 20대들의 반응은 어느샌가 고착화돼 버린 취업난에 대한 현실적 고민들이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악인 10.5%에 달했다는 통계청 발표에 자연스럽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1년 넘게 일자리가 없는 '청년 장기 백수'도 14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9%나 늘었다. 수치가 변한 만큼 예전에는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을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보고 들은 충격적 사례들은 그 예감을 뛰어넘었다.

취업 준비생들은 불공정한 사회에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교류의 장이어야 할 학내 커뮤니티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족보'를 거래하는 장사판으로 변해 있었다. 이번 보도를 접한 한 네티즌은 "틀에 박힌 시험문제를 내는 교수들이 문제"라면서도 "돈으로 요령 부리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라는 공식이 대학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혀를 찼다.

금융권 취업 준비생들의 눈에서는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은행권 채용비리로 기회를 뺏긴 사실을 뒤늦게 안 것도 모자라 그 여파로 올해 상반기 은행권 입사문까지 굳게 닫혔다. 채용문은 다시 열렸지만 과정의 공정성을 위한다며 10년 만에 일명 '은행고시'로 불리는 고난도 필기시험이 부활하면서 부담까지 가중됐다. 은행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 무던히 달려왔던 이들에게 지난 반년 동안 시련을 안겨준 것은 과연 누구인가.

학교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면서 취업을 미루는 '취업유예생'이 등장한 것은 청년 취업난을 더 이상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방증으로 비쳤다. 전문가들도 "소속 없이 취업 시장에 막연히 뛰어들면 실업 상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장기적인 실업률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그러나 바늘구멍을 뚫어야만 하는 경쟁 속에서 이미 지쳐버린 이들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청년 채용절벽이 너무나 심각하다. 지금이야말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성해 낸 가해자들이 책임 있게 나서 진정 필요한 해결책 찾기에 나서야 할 때다.

[사회부 = 박대의 기자 pashapar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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