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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생각하는대로 보는 걸까, 보이는대로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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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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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에세이-13] ◆생각하는 대로 보기 쉽다

어떤 가설을 가지고 있느냐처럼 생각은 보는 것에 영향을 준다. 아래의 영상에서 듀크대학의 행동경제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는 가설이 실험에 영향을 끼쳤던 자신의 사례를 소개한다.



대개 실험을 할 때는 한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다른 결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그는 한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높은 성과를 내기를 예상했는데, 높은 성과를 내기를 예상했던 그룹에 속하는 한 참가자가 형편없이 낮은 점수로 평균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데이터를 곰곰이 들여다보던 그는 다행히도(!) 그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들보다 나이가 20살 정도 더 많고, 술에 취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는 그 사람을 실험 결과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 결정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해 보였다. 술 취한 사람의 결과를 누가 실험에 포함하겠나!

하지만 며칠 뒤,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연구하는 이 학자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만일에 저 참가자가 성과가 낮기를 기대했던 그룹에 있었더라도 나는 저 참가자를 제외하고 싶었을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데이터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지 않았을까? 결국 그는 낮은 점수를 낸 피험자를 제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가장 이성적인 분야에 속하는 과학조차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어떻게 보는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과학에서는 주관적인 생각과 입장의 영향을 배제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함부로 데이터를 제외하는 것은 데이터 조작/가공에 해당하며, 타당한 근거가 있어서 제외하더라도 반드시 어떤 데이터를 어떤 근거에 따라 제외했는지 명시한다. 논문을 제출하기 전과 후에 동료 과학자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도 다양한 해석을 열어두는 효과가 있다.

◆보는 대로 생각하기 쉽다

과학은 물리적인 대상을 관찰하고 실험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물리적인 대상을 관찰, 실험,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에 따라 무엇을 보는지가 달라지며, 그에 따라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도파민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도파민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도파민이 예측 오류를 신호하면서 학습을 이끈다는 주장과, 도파민이 어떤 행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신호하면서 행동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주장, 이렇게 크게 두 가지의 주장이 있다. 두 주장이 서로 완전히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지난 수십여년 간 어느 쪽이 맞는가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1970년대에는 6-하이드록시도파민(6-OHDA)이라는 물질을 사용해서 뇌 속에서 도파민 회로만 선택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된 동물들에서는 움직임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파킨슨병으로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도 일치했다.

도파민 손상이 움직임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놀랍게도 찬물에 넣은 쥐도 수영을 하고, 움직이기 힘든 환자도 화재 알람을 들으면 달리기도 한다고 한다), 도파민이 손상되면 보상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도파민과 동기를 연결하는 결과가 많이 발견되었다.

1980년대에는 움직이는 원숭이(돌아다니는 것은 아니고 고정된 자리에서 팔과 시선 등을 움직이는)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전기적인 활동이 관찰되었다. 특히 움직임을 유도하는 특정한 자극에 반응해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짧은 시간 동안 활성화되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이 결과는 도파민이 움직임을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다는 견해를 지지했다.

1990년대가 되자, 도파민의 활동이 강화학습에 사용되는 예측 오류와 유사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파블로프의 개를 생각해보자. 종소리가 들린 뒤 먹이를 주는 훈련을 반복하기 전에는, 개가 먹이를 받는 순간이 예기치 못하게 보상을 받는 순간이다. 하지만 종소리를 들려준 뒤 먹이를 주는 훈련을 반복한 후에는, 개가 종소리를 듣는 순간이 예기치 못하게 보상을 받는 순간이다. 한편 종소리가 들렸는데도 주인이 먹이를 주지 못하면 예기치 못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순간이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이렇게 예기치 못하게 보상을 받거나 받지 못하는 순간에, 예기치 못하게 받거나 받지 못하는 보상의 크기만큼(예측오류의 크기만큼) 전기적으로 활성화된다.

이에 따라 도파민 신경세포가 예측 오류를 신호하며 강화학습을 이끈다는 사실을 지지하는 실험 결과가 여러 곳에서 두루 밝혀졌다. 도파민 신경세포의 활동을 강화학습 모델로 구현하는 연구들도 늘어났다. 도파민이 행동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는 연구는 이 기간 동안에도 나왔지만, 도파민이 강화학습을 이끈다는 실험 결과가 크게 늘어났다.

2000년대에 광유전학으로 도파민 신경세포의 활동을 밀리초 단위로 정교하게 조절하는 기술이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도파민이 행동을 일으키는 효과를 낸다는 실험결과, 도파민이 실제로 강화학습을 이끌며 예측 오류처럼 작동한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과 발견이 무엇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다수의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도 조금씩 변한다. 보는 것이 생각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출처

[1] JD Berke (2018) What does dopamine mean? Nat Neurosci. doi: 10.1038/s41593-018-0152-y.

[2] Silva JA et al. (2018) Dopamine neuron activity before action initiation gates and invigorates future movements. Nature. 554(7691):244-248.

[3] Steinberg EE et al. (2013) A causal link between prediction errors, dopamine neurons and learning. Nat Neurosci. 16(7):966-73.

[송민령 작가(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 덧붙이는 글 ***

미국에서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와 비견될 규모의 뇌과학 연구 프로젝트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가 진행되고 있다. BRAIN은 혁신적인 신경기술의 진보를 통한 뇌과학 연구(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의 약자이다. 이렇게 과학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연구와 관련된 기술을 강조하는 제목이 붙은 것도 보는 것이 미치는 중요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과학은 실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험, 관측, 분석을 위한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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