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실패와 실수의 가치,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 출처: Unsplash © davidmarcu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보다 먼저, 조금 더 빠르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빨리 걷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시작으로 무한 경쟁에 돌입한다. 미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때부터 미적분 책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입학과 취업을 위한 준비로 현재는 늘 미래를 위한 것으로만 존재한다.

장래의 더 큰 성과를 위해서 눈앞의 욕구를 참는 ‘만족 지연 능력’에 대한 ‘마시멜로 실험’은 이것에 더욱 큰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한 심리학 교수의 이 실험은 2006년 35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를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4세 아이들 653명을 대상으로 15분 동안 마시멜로 1개를 먹지 않으면 나중에 2개를 받게 했다.

14년 후 참가자들을 추적한 결과, 먹는 것을 참았던 30%의 아이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더 좋았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비만이나 약물중독, 사회 부적응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실험은 이후 현재의 유혹을 이겨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으로 수많은 책과 강연에 소개되었는데 최근 이것에 반론을 제기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기존 실험보다 참가자 수를 늘리고 초콜릿 등 다양한 간식으로 7분 동안 이루어진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부모의 학력이 낮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인내심을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15년 이상 이어온 고정관념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주었지만 두 실험 모두 또 다른 의문을 안겨준다. 과연 물리적 성취만이 행복을 향한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고도성장 사회 속 늘어가는 번아웃 증후군과 자살률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릴 때부터 마시멜로 이야기를 흡수함으로써 우리는 더 큰 상대적 빈곤감과 열등감 속으로 떠밀려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해진다.

미래에 대한 치열한 준비로 더욱 더 불안하고 삭막한 현재. 이것에 반하여 최근에는 한 번 뿐인 인생, 이 순간을 즐기며 살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쓰인 말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등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모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저축 대신 취미와 자기계발 등 이상 실현을 위한 소비를 지향한다.

미래의 큰 성취를 향한 만족 지연과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 중 어떤 것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우리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실수와 실패가 성공만큼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선택 할 때는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음을 직접 체득하며 남과 다른 자신의 현재 모습을 사랑하게 될 때 우리의 시선은 더 이상 타인에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유재은 작가/글쓰기 교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