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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근로시간단축 2주 앞으로] 저녁 있는 삶?…혼란·갈등만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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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판단기준 불명확

노사갈등에 기업 부담 우려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시대가 새롭게 열린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있다. ▶관련기사 3면



노동시간 단축으로 기업들은 생산성이 저하되고 비용이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일부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줄어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내놓고 있다. 노사 모두 근로시간 개념을 놓고 유리한 쪽으로 저울질 하며 새로운 갈등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주 52시간근로 본격 시행을 12일 앞둔 18일 현재 대한민국은 기대와 우려가 뒤엉켜 혼란스럽다. 정부는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이 건강하고 휴식 있는 삶을 보장하고 줄어든 노동시간은 청년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도 통계를 기준으로 주 근무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의 수 103만명, 초과 시간 6.9시간으로 추산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최소 14만명에서 최대 18만명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근로자들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저녁이 있는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보유국이라는 오명을 써왔다. OECD 2016 고용동향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한국의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둘째로 길다.

하지만 줄어드는 근무시간 만큼 수입을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1.7%로 과반을 넘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도 31.6%나 됐다. 직업별로는 사무직(긍정적 64.6% vs 부정적 22.3%)과 학생(58.3% vs 18.7%)에서 긍정적 인식이 높았지만 자영업(46.7% vs 40.9%)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노동직(긍정적 39.8% vs 부정적 50.2%)과 가정주부(35.7% vs 40.3%)들 역시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수입을 걱정하는 글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생산직 노동자들이 올린 글이다. 이들은 “보통 공장에 들어온 사람 대부분은 급여를 더받기 위해 고향에 가족, 친구를 두고 올라왔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꿈을 막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다.

국내 기업들은 유연근무제나 집중근로제 등을 시범운영하거나 본격 도입하는 등 대비에 한창이다. 한국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주요대책으로 기업 83곳 중 54.2%가 유연근무제, 43.4%가 집중근로제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간단축으로 기업생산성이 저하되고 추가고용으로 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걱정은 여전하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1년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독일의 근로시간계좌제 등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2022년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포함한 유연근로제 전반의 개선사항을 반영해 그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의 노동시간단축 가이드라인이 노사갈등 등 혼란을 부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회식, 워크숍, 흡연시간, 출장 등 여러 상황에 따른 근로시간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노사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기업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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