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당대회 열면 계파싸움”…비대위 구상 뿐 해법 無
바른미래, ‘개혁보수’ 놓고 영‧호남 노선투쟁 조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과 의원들이 15일 오후 국회 예결회의장에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패배와 관련 비상의원총회를 가진 뒤 나와 무릎을 꿇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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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凡) 보수 야권은 지난 지방선거 완패로 더 버티기 어려운 강펀치를 맞았다. 하지만 충격을 떨치고 재기하려고 해도 구조적 난점이 버티고 있어 당분간 혼돈 속에서 헤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보수의 무능함은 '기득권' 때문이다. 한국당은 패배와 동시에 당권 싸움에 휩쓸릴 조짐이다. '김성태 비대위'의 활동 시한이 12월 전당대회까지로 설정된 것은 결국 그때 가선 당권을 놓고 경쟁하겠다는 유력 의원들의 구상이 반영된 결과다.
바른미래당의 '개혁보수' 논쟁도 핵심은 당권에 있다. 호남으로 대표되는 국민의당 출신들은 이참에 '보수' 딱지를 떼고 당의 전면을 차지할 태세고, 보수에서 독립해 나온 바른정당 출신들은 논쟁을 빌미삼아 이탈을 타진하고 있다.
◇ 한국당 '네 탓' 공방…감흥 없는 '불출마', 수순이 된 '비대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이 15일 오후 국회 예결회의장에서 열린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비상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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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기로 했을 뿐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을 외부인사로 할지, 내부에서 선임할지, 비대위의 권한이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데 그치는지, 아니면 민심으로 확인된 '당의 해산'을 대신할 기구인지 논의조차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중진의원은 1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를 열면 또 계파싸움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을 시점을 미뤄놓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것이 수습책이라는 얘기다.
다른 중진급 원외인사는 "분란이 예상되는 경선 대신 당 대표를 추대하는 전대를 열고, 이후 당권을 쥔 사람이 해체 수준으로 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원외 인사 중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중진급 인물도 '개혁'을 내걸고 전대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이날 제기됐다.
각각 일단 비대위에 동의하면서도 초점은 '해산을 통한 보수의 혁신'이 아닌 당권의 접수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대위가 과도기 지도부에 국한될 수밖에 없음이 드러나면서 선거에서 패하면 습관적으로 임시방면으로 나왔던 관리형 비대위가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때문에 김 원내대표가 패배 직후 의총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슬로건과 '혁신 비대위'를 내세우며 "보수 이념의 해체, 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구호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습관이 된 비대위처럼 불출마 선언 역시 큰 감흥을 못 주고 있다. 김무성(6선)·윤상직(초선) 의원이 차기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김 의원은 '불출마'를 이미 반복했고 윤 의원도 한때 진박(眞朴·진실한 친박)으로 분류됐던 인사라서 파급력이 작다는 것이다.
백가쟁명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반성을 남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지난 총·대선 패배, 6‧13 참패까지 1년에 한 번씩 망신을 당하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우택(4선) 의원 등 중진들은 이날 선거 패배 수습책 논의를 위한 별도의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당권 논의로 비쳐지면서 결국 만남을 취소했다.
홍준표 대표가 친박계에, 초선 의원들은 중진들에겍 각각 정계은퇴를 주장했지만, 이들 중 누구도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각이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모두가 유체이탈화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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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대체한다던 바른미래, 전패 뒤 "보수란 말, 쓰지 말자"
선거 패배를 둘러싸고 '네 탓' 공방이 벌어지긴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개혁보수'가 논란의 중심이 됐다.
박주선 전 대표는 지난 14일 당 대표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당이 보수만 얘기했지, 진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고 했다. 사실상 선거 책임론을 보수 정체성에 돌린 셈이다. 비대위원장이 된 김동철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덤터기를 대신 썼다"고도 했다.
바른미래당 내부 정체성 논란은 창당 당시부터 이어져 오던 사안이다. 국민의당 출신은 '합리적 진보'를, 바른정당 출신들은 '개혁적 보수'를 각각 주장해왔다. 더 이상 보수란 말을 쓰지말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의원은 "선거 결과로 중도에 가까운 진보와 보수 일부조차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우리가 보수를 떼고 진보로 가면 누구의 지지를 받자는 것이냐"며 "이럴 것이면 한국당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은 왜 세웠던 것이냐"고 따졌다.
정체성 논쟁은 당권 경쟁과도 맞물릴 조짐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르면 주내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중도-진보' 쪽의 지지를 받는 김관영 의원과 '중도-보수'의 이언주 의원이 경쟁하는 구도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 출신의 반감에 따른 이탈로 8월로 예정된 '참패 수습' 전대는 치를 수조차 없을 것이란 말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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