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선영 교수
이번 ‘헬리코박터’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는 헬리코박터 검사에 대한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석을 담은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논문에서는 한국인 872명의 헬리코박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성인의 18.1%에서 조직검사와 혈청검사 결과가 불일치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특히 145명은 조직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진단되지 않았으나 혈액검사에서는 균이 있다고 나왔다. 채취한 위 점막 조직에 선종이나 암 등의 종양 세포가 섞여 있을 때 불일치율은 11배 상승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에 균일하게 퍼져 있지 않아 우연히 균이 없는 곳을 조직검사하면 위음성(본래 양성인데 음성으로 잘못 나온 것)으로 나올 수 있다. 앞서 혈청검사에서 감염이 있다고 나온 위암 환자의 75%가 추적 위내시경 조직검사에서 처음과 달리 균이 있다고 확진됐다. 이는 조직검사의 위치와 무관했다. 따라서 위종양이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제대로 진단하려면 조직검사 결과에 의존하지 않고 혈액검사나 대변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 논문의 또 다른 중요성은 검사 간의 불일치율을 위염이 심한 정도에 따라 분석했다는 것이다. 위염이 심해 위산을 분비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불일치율은 상승한다. 위산분비능이 심하게 손상된 위염 환자(혈청 펩시노겐Ⅱ 7.45ng/ml 미만)에서 불일치율이 높았다. 통상적인 혈청 펩시노겐(PG) 기준(PG I<70ng/ml이고 PGⅠ/Ⅱ<3.0)으론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PG Ⅱ<7.45ng/ml’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도 이 논문을 통해 처음 밝혀졌다.
실제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한 것)이 심한 위염 환자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이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하고 자가 소멸하는 경우가 있다. 균이 사라져도 수개월~수년이 지나서야 혈액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 환자에게서는 추적 혈액검사로 항체 수치가 점차 감소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6~12개월 후에도 항체 수치가 점차 증가한다면 실제로 감염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므로 위내시경으로 추적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궤양이나 암이 없는 감염자에게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조직검사에서 위종양 세포가 있으면 위음성률이 높다는 것을 상기해 혈액검사나 대변 검사로 재차 확인해야 한다. 감염자를 놓치지 않으려면 침습적 검사의 위음성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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