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는 전 세계에 약 2600만 명이다. 그중 10분의 1은 대부분의 치료가 듣지 않는 말기 심부전 환자다. 전 세계 의료진은 이들의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연구·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 심장 이식 후 30년을 더 사는 환자가 생겼고, 심장 대신 분당 10L씩 전신으로 혈류를 뿜는 작은 기계도 개발됐다. 심장 이식 분야를 이끌고 있는 한림대-미국 컬럼비아 의대 의료팀을 만나 말기 심부전 환자의 치료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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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컬럼비아-코넬-뉴욕 프레스비테리안병원 공동 심포지엄
메리제인 파 미국 컬럼비아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
윤종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이재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흉부외과 교수 |
파 대부분의 환자는 심장 이식을 받으면 생명 연장에 성공한다. 우리 병원에서도 심장 이식자의 절반은 13년을 더 살았다. 30년 이상 잘 지내는 환자도 있다. 문제는 기증 심장이 늘 부족하고 기증자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간·신장은 살아 있는 사람도 기증할 수 있지만 심장 이식은 뇌사자만 가능한 탓이다. 심장 이식이 아닌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했다.
요시푸미 나카 미국 컬럼비아 의대 흉부외과 교수 |
이 국내에는 2세대 LVAD가 2012년, 3세대 LVAD가 2015년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총 4개 상급종합병원에서 26건의 삽입술을 진행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달 한림대의료원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LVAD를 이식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많이 활용되진 못했다. 장치(약 2억원)가 비싸고 미국·호주에서 LVAD 수술 자격을 인증받은 병원에서만 이식할 수 있어 제한점이 있다.
윤 LVAD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가장 큰 합병증은 LVAD의 모터 안에 혈전이 끼는 것이다. 혈전이 차올라 기계가 멈출 수도 있는 데다 혈전이 뇌에 도달해 뇌졸중으로 쓰러질 수도 있다. 감염 관리도 중요하다. LVAD 장치는 심장에, 배터리·조절기는 신체 밖에 있어 이를 연결하는 관이 복부를 뚫고 지나가 늘 감염의 위험이 따른다.
나카 다행히 3세대 LVAD에 장치의 금속과 혈액의 접촉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되면서 혈전 생성률이 크게 줄었다. 반대로 생존율은 높아졌다. 1세대 LVAD는 평균 생존율이 10개월에 불과했지만 3세대 LVAD의 2년 생존율은 83%로 매우 높아졌다. 심장 이식에도 견줄 만한 성공이다.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 희망이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총 1만여 명의 환자가 3세대 LVAD 삽입술을 받았다.
파 의료진도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은 심장 이식을 기다리거나 상태가 더 나쁜 환자에게 LVAD를 했지만 계속된 임상 결과, 말기 심부전 환자 중 더 건강한 환자에게서 LVAD의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좀 더 이른 병기에서 LVAD를 적용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떤 환자에게 심장 이식을 하고 어떤 환자에게 LVAD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두고 준비할 일이 많아졌다.
이 국내에서 LVAD는 아직 심장 이식 전 치료로만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사례가 더 쌓이면 다른 활용도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다. 초기 단계인 만큼 국내 환자에 최적화된 LVAD 장치를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환자는 미국인처럼 체격이 크지 않아 많은 혈류를 힘 있게 보내는 것보다 가볍고 효율적인 장치가 더 적합하다.
윤 LVAD는 환자가 항상 장치를 몸에 부착한 채 생활하므로 오류 시 이를 24시간 관리할 시스템도 필요하다. 국가의 지원으로 비용 면에서도 환자의 부담을 덜 수 있기를 바란다.
나카 앞으로도 말기 심부전 환자를 위한 치료법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미래형 LVAD는 더 작아지면서 체내에 완전히 이식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합병증을 줄일 다양한 방법도 개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말기 심부전 환자 중 상대적으로 건강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치료가 가능해질 거라 생각한다. 기술 개발만큼 환자의 삶의 질도 잊어서는 안 된다. 완벽한 기계를 찾는 것보다 환자의 현재 상태에 적용 가능한 최선의 치료법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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