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심장 질환의 마지막 단계
노화로 오인해 늦게 발견 일쑤
암처럼 조기 발견·치료가 정답
최근 심부전이 증가한 것은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탓도 있다. 고혈압·당뇨·관상동맥 질환 등이 있으면 심부전으로 악화할 위험이 크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내과 최동주 교수(대한심부전학회장)는 “심부전은 심혈관계와 관련한 모든 질병의 합병증으로 발생한다”며 “심장병에 걸려도 치료받은 뒤 100세 가까이 살면서 심장이 약해져 심부전이 온다”고 말했다. 40~59세의 심부전 유병률은 0.8%이지만 60~79세에서는 4.3%, 80세 이상에서는 9.5%다. 80세 이상 10명 중 1명은 심부전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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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이상 10명 중 1명꼴 발병
고혈압·부정맥이 있는 이연숙(여·58)씨는 불면증·두통과 함께 심한 기침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잠을 뒤척이기 일쑤였다. 처음엔 갱년기 증상으로 여겼는데 상태가 계속 나빠졌다. 급기야 걷기조차 힘들어 응급실로 실려간 뒤에야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 심한 기침은 폐에 물이 차 나타난 증상이었다. 이씨는 중환자실 입원·퇴원을 네 차례 반복한 뒤 심장재동기화 박동기 삽입술을 받았다. 최 교수는 “심장이 펌프질을 제대로 못해 장기로 피가 충분히 가지 못하면 폐·배에 물이 차고 팔다리가 붓는다”며 “대다수 환자가 이씨처럼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심부전이 오면 신장·뇌·간 등 여러 장기가 망가진다.
심부전은 건강에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위험성과 증상을 올바르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한심부전학회와 한국심장재단이 성인 136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2016), 전체 응답자의 65%는 ‘계단을 오르는 등 거동이 힘들다’와 같은 심부전의 증상을 ‘정상적인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75%는 협심증의 대표 증상인 ‘가슴의 날카로운 통증’을 ‘심부전의 대표 증상’이라고 답했다. 고혈압·심근경색증·판막 질환 등 심부전 위험을 높이는 원인 질환을 앓았던 고위험군도 절반 이상이 심부전을 다른 질환과 구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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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환자 3분의 1은 진행
심부전은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심장 관련 질병이 있으면서 심장이 망가지기 시작하지만 별 증상이 없는 상태다. 2단계는 뚜렷한 증상은 없지만 심장이 이미 망가진 상태다. 3단계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4단계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심각한 상태다.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를 받으며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면서 심부전이 악화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중증 심부전이면 응급실을 통한 입원과 퇴원, 재입원을 장기간 반복하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또 진단 시기가 늦어지면 심장이식이나 인공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심장 관련 질병이 있으면 별 증상이 없어도 이미 심부전으로 진행하고 있을 위험이 크다. 심장을 손상시키는 고혈압·당뇨·심근경색·협심증·판막 질환, 심근 질환 등이 있는 환자는 잠재적 심부전 환자다. 심근경색 환자의 3분의 1은 심부전으로 악화한다. 최 교수는 “심장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으면 심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심부전을 전공한 심장 전문의나 내과를 찾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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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 오해와 진실
미세먼지가 심부전을 악화시킨다
소화불량·피로감이 심부전 증상일 수 있다
심부전은 완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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