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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국민연금 빠지면…상장사 23% 外風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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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그룹 97곳 지분율 분석

매일경제

국민연금을 오너 우호지분에서 빼면 상장사 5곳 중 1곳은 외국인이 좌지우지하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방패막이'가 돼줘야 할 국민연금이 상장사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주주총회에서 최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자 이들을 우군으로 간주했던 주요 그룹 오너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기아차 LG전자 삼성전기 신세계 등 9곳은 국민연금 향배에 따라 주요 의사결정이 갈릴 정도로 외국인과 박빙의 지분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자산 기준 10대그룹 상장 계열사 97곳의 주요 주주 지분율을 분석해보니 이 중 22곳(22.7%)은 외국인 지분율이 오너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8일 기준이고 오너와 친인척, 계열사가 포함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지난 3월 말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기준으로 했다.

지난 8일 기준 국민연금은 분석 대상 97곳 중 66곳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규정에 따라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기준으로 평균 9.4%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덕분에 그동안 상장사들은 30%대 지분율을 유지하는 곳이 많았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우군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석 대상 97곳 중 우호지분이 30%대인 상장사는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28곳(28.9%)에 달한다. 오너 입장에선 30%의 우호지분에 9~10%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받으면 주총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던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주총을 넘지 못하면서 상장사 사이에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우호지분은 30.17%로 또 다른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9%)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란 예상에 주총이 취소되는 사태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KT&G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중립 의견을 냈는데 이것도 사실상 반대표나 마찬가지"라며 "오너 입장에선 국민연금을 우호지분으로 보기 어려운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일단 논란이 있는 곳에선 발을 빼는 모양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또 다른 핵심 축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10% 이상 들고 있다가 최근 0.81%포인트 줄여 9.99%로 11일 공시했다. 외국인이 작년 말 대비 지난 8일 이 종목 지분율을 1.31%포인트 끌어올린 것과는 대조된다.

현대모비스의 주총 취소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잠정 중단된 사태가 다른 그룹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16곳의 상장 계열사 중 8곳에서 오너 지분이 외국인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우호지분이 20.21%에 불과해 외국인(53.04%) 지분율의 절반도 안된다. 정부가 금융 관련 법을 근거로 금융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종용하고 있어 우호지분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작년 말보다 올 들어 삼성전자 지분율을 더 높였다. 작년 말 52.74%에서 지난 8일 53.04%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덕분이다. 액면분할 후 재상장일인 지난달 4일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9536억원 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과 박빙의 지분율 경쟁을 펼치고 있어 국민연금이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은 기아차 LG화학 LG전자 LG유플러스 SK이노베이션 신세계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 9곳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우호지분으로 가정하면 외국인보다 지분율이 높지만 반대로 배제하면 열세로 놓이는 곳들이다.

이 중 LG전자는 외국인과 우호지분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우호지분은 33.67%로 외국인(33.56%)보다 소폭 높았는데 올 들어 외국인이 1.95%포인트 늘리며 35.51%로 추월해버렸다. 국민연금(8.65%)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외국인이 경영 참여 목적보다는 투자 가치가 높은 주요 그룹 계열사의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 들어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종목인 신세계와 삼성전기에 대해 외국인은 올 들어 지분율을 각각 8.35%포인트, 8.61%포인트 끌어올렸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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