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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反난민” 총대 멘 유럽의 ‘보안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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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내무장관들 치안 명목 강경대응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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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승리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11일 자신이 입항을 거부했던 난민구조선(629명 탑승)을 스페인이 수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껏 들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단호한 목소리가 통했다. 이는 이탈리아 전임 정부가 수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이라며 기뻐했다.

극우 정당인 동맹당 대표를 맡아 3월 총선에서 승리한 살비니 장관은 연정 협상 처음부터 오직 내무장관 자리만 원했다. 난민 유입에 따른 국민적 불만을 자양분으로 선거에서 이긴 그로서는 국내 치안을 책임지는 내무장관 자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일주일 만에 이탈리아에 입항하려던 난민을 막아내는 성과를 거두는 등 보다 엄격한 난민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각국은 2015년 이후 북아프리카와 중동으로부터 건너오는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득세해 연정에 참여하면서 반난민 정책을 다루는 내무장관 자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때 ‘난민의 천국’으로 불렸던 독일에 나타난 ‘난민 저승사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다. 메르켈 총리의 친난민 정책을 강력히 반대해 온 그는 연정 구성 때 시종일관 내무장관을 원했다. 내무장관이 된 이후에도 메르켈 총리와의 충돌을 감수하고 반난민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반대로 12일 예정됐던 ‘이민 마스터플랜’ 발표가 연기되자 제호퍼 장관은 “나는 이 나라의 질서를 이끌고 유지할 책임이 있다. 이 계획을 언제까지 연기할 수는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마스터플랜에는 재빨리 난민을 심사해 추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앵커 센터’를 짓고 모든 난민 신청자를 한곳에 모아놓는 방안과 이미 다른 나라를 거쳤거나 독일에서 과거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아예 처음부터 입국을 막는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또한 기사당이 주지사를 맡고 있는 바이에른주는 6월부터 모든 공공건물 입구에 십자가를 걸어놓도록 했다. 가톨릭 주교들조차 “비가톨릭인들의 거부감만 커지게 할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주정부는 “우리의 문화, 역사, 정신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행했다. 여론조사에서 바이에른주 주민 56%가 이 조치에 찬성했다.

총리가 자기 세력을 임명한 경우가 아니라 연정 참여를 조건으로 차지한 내무장관직에는 더욱 힘이 실리기 마련이다.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3당으로 올라선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은 두 달 뒤 우파 국민당과 연정에 합의했고 내무장관 자리를 차지했다. 헤르베르트 키클 내무장관은 유럽에서 가장 강한 수준의 반난민 정책을 편다는 평가를 받는다. 8일엔 이슬람 세력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60명의 터키 성직자와 가족을 추방하고 사원 7곳을 폐쇄했다. 또한 모든 난민 신청자는 신청 전 휴대전화를 제출해 전력을 검사받도록 했다. 이전에 다른 유럽 국가를 거쳤을 경우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다. 난민 행정처리 비용 840유로(약 106만 원)도 현금으로 내도록 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이달부터 공동으로 국경에 연방경찰을 배치해 불법 난민 유입을 막고 있다. 3개월 동안 시행해 본 뒤 미진할 경우 경찰을 추가로 배치할 방침이다.

지난달 파리 시내 불법 난민 텐트촌을 해체한 프랑스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 역시 난민 추방 절차를 신속히 하는 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헝가리 내무부는 불법 이민을 돕는 자국민을 감옥에 넣을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해 역시 국회에서 논쟁 중이다.

이런 와중에 1일 출범한 스페인의 사회당 정부가 친난민 행보를 보이면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피해 사람들에게 안전한 항구를 확보하는 건 우리의 의무”라며 이탈리아와 몰타가 거절한 난민구조선에 대해 동부 발렌시아항 입항을 허락했다.

유럽연합(EU)은 28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난민 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난민은 유럽으로 입국하는 첫 국가에 머물러야 한다는 더블린 규정과 각국에 난민을 할당하는 정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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