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동행취재=김보빈(인천 용현여중 2) 학생모델·정현서(경기도 세마중 1)?최치원(세종 글벗중 1) 학생기자,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그린피스, 도움말=김혜린?박샘은 그린피스 캠페이너, 참고도서=『플라스틱 사회』
지난 봄 뉴스에서 연일 보도하던 쓰레기 대란 기억하나요. ‘더는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 중국의 선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영국·독일 등에서 난리가 난 겁니다.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은 올 1월, 폐비닐 등 일부 재활용 고체 쓰레기 수입을 중단했어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 730만t, 금액으로는 37억 달러에 달하는 폐플라스틱ㆍ비닐을 수입했는데요. 세계 폐플라스틱ㆍ비닐 수입량의 56%를 차지하는 규모예요.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로 우리나라 일부 공동주택에선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가 일어났죠. 그런데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올해 말부터는 폐 PET(페트병)·전자제품 등의 수입도 금지한다고 중국 정부가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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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지난해 여름 부산 해운대에서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 Greenpe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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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은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체험한 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정현서 ·최치원 학생기자·김보빈 학생모델·박샘은 캠페이너. 각자 나무 수저와 친환경 랩, 대나무 칫솔, 텀블러와 에코백, 대나무 빨대 등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건들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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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뒤덮은 플라스틱
박샘은 캠페이너는 “우리는 비닐봉지라고 부르지만 원래 플라스틱 백이라고 한다”며 플라스틱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서는 “코끼리 상아를 대신하려고 나왔다고 들었다”고 했죠. 미국에서 당구가 유행하던 18세기 후반, 뉴욕당구공협회는 ‘당구공을 상아 대신 다른 재료로 만들면 1만 달러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신문 광고를 냈습니다. 무분별한 코끼리 사냥으로 상아 공급이 힘들어지자 내놓은 고육책이었어요. 이때 식물 셀룰로스(차세대 녹색 플라스틱의 기초 물질로 꼽힌다)를 기초로 한 셀룰로이드가 탄생합니다. 유연해서 여러 모양으로 성형할 수 있었고, 종이처럼 얇게 압축할 수도 있고, 동물의 뿔처럼 단단해질 수도 있었어요. 이후 베이클라이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 폴리스티렌, 폴리에틸렌 등 합성된 인조 물질들이 개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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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보고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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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우리는 매일 수많은 플라스틱을 만나는데요. 박 캠페이너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플라스틱 소비국”이라며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06년 98.2kg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는데, 이후 2011년 111kg, 2015년 132.7kg으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말했어요. 이게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면 비교할 만한 예를 들어볼게요. 2015년 1인당 쌀 소비량은 62.9kg에 불과했습니다. 플라스틱을 쌀보다 두 배 이상 소비한 거예요.
쓰는 만큼 쓰레기도 나오겠죠.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자원순환정보시스템 조사 결과 2003년 하루 3956.4t에서 2016년 하루 5445.6t으로 40% 가까이 늘어났어요.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지금의 20배에 달하는 양의 쓰레기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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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평균 48kg의 플라스틱을 쓰는 멕시코에서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소비를 최소화하자는 시민운동을 추진한다. ⓒ Argelia Zacatzi/Greenpe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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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플라스틱은 토양?해양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6년 펴낸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보면, 2010년에만 최소 480만t에서 최대 1270만t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고 합니다. 영국 과학청은 전 세계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2015년 5000만t에서 2025년에는 3배인 1억50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죠. 에릭 솔하임 UNEP 사무총장은 "현 수준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무게가 물고기의 무게와 맞먹게 될 것"이라며 "플라스틱 폐기물은 인간 주거지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해양에까지 퍼져 있다"고 설명했어요. 북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이르는 155만㎢에 7만9000t, 1조8000억 개의 쓰레기 조각이 모여 섬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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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 남부의 카 비테 해변에 설치된 고래 미술품. 플라스틱으로 인해 죽은 고래를 묘사해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강조했다. ⓒ Greenpe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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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
보빈이는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네요”라며 “취재를 위해 찾아보다가 ‘쓰레기를 만드는 구매’라는 문구를 봤다”고 덧붙였죠. “체험하면서 평소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소비하는 것뿐 아니라 편리함에 길들여진 자체도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박 캠페이너는 500ml 컵에 3년간 쓴 쓰레기를 담을 정도로 소비를 줄여 생활하는 로렌 싱어라는 사람을 소개했죠. “이렇게까지 하는 건 어렵죠. 하지만 조금씩 시작은 할 수 있어요. 일단 재활용이나 재사용을 할 수 있는지 살펴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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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마켓을 소개하는 김혜린 캠페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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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대신하는 물건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마트에서는 흔히 비닐랩으로 포장된 식료품을 볼 수 있는데요. 김 캠페이너는 밀랍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랩을 보여줬어요.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샌드위치 등을 쌀 때 이용하는데, 생활 방수가 가능하고 2년 정도 쓸 수 있다고 해요. 빨대를 많이 쓰는 치원이는 대나무로 만든 빨대를 보고 눈을 빛냈죠. 대나무로 만든 칫솔도 있었는데요. 칫솔모까지 돼지 꼬리털을 이용한 제품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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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물건들을 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정현서 학생기자가 친환경 랩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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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빈 소중 학생모델이 대나무로 만든 칫솔을 살펴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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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1일부터 청사와 지하철역에서 우산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우산 빗물 제거기나 빗물 흡수용 카펫 설치를 추진한다고 밝혔죠.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사용된 우산 비닐은 약 520만 장입니다. 치원이는 “제가 자주 가는 세종시 도서관에도 우산을 말릴 수 있는 기계가 설치돼 있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물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는 닦인다”고 말을 이었죠.
비닐봉지 → 에코백
일회용 포장 용기 → 유리·스테인리스 밀폐용기
우산 비닐 → 우산 케이스
플라스틱 빨대 → 스테인리스·유리·실리콘 빨대
포장된 식재료 → 포장 없는 가게 제품
비닐랩 → 삼베·천 주머니 등 친환경 포장지
플라스틱 손 세정제 → 종이 포장 고체 비누
플라스틱 수세미 → 천연 수세미·설거지 솔
자료: 그린피스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자 작은 포부를 밝혔습니다. 현서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1회용 컵을 쓰는데 텀블러로 바꿀 거예요”라고 하자, 치원이는 “비닐봉지를 더욱 안 쓰도록 평소 들고 다니는 손가방을 이용하겠다”고 이었죠. “1회용 수저나 용기를 안 쓸 것”이라고 말한 보빈이는 “다른 소중 친구들도 함께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면 좋겠어요” 한마디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대부분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현행 30%에서 2030년까지 55%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세웠죠.
네덜란드는 한국의 종량제와 비슷하게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버릴 때는 돈을 내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합니다.
노르웨이에는 '거꾸로 돈 주는 자판기(reverse vending machine)'가 있어요. 재활용품을 모아들이기 위해 슈퍼마켓이나 학교, 공공장소 주변에 자판기를 설치, 병을 넣으면 슈퍼마켓 바우처나 현금을 돌려주죠. 덕분에 97%의 병이 재활용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드리아 해의 섬 트레미티(Isole Tremiti)를 '플라스틱 없는 섬'으로 지정, 지난달부터 이곳에서는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했어요. 위반 시에는 500유로(약 62만5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죠.
아일랜드에서는 비닐봉지에 부담금을 부과합니다. 아일랜드 시민들은 플라스틱 포장재를 벗겨 슈퍼마켓에 남겨 쌓아두는 ‘숍 앤 드롭(shop and drop)의 날’ 행사를 전국적으로 진행하기도 했죠.
프랑스에서는 2016년 9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금지 관련법을 제정했습니다. 분해가 안 되는 플라스틱 컵·접시·포크·스푼·나이프 등을 2020년까지 4년에 걸쳐 퇴출하기로 했죠. 이미 2014년에 비닐 쇼핑백을 금지해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종이나 재사용 가능한 봉투를 제공해요.
영국은 2042년까지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없애는 내용의 25개년 환경 보호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를 5펜스에 팔도록 한 제도를 모든 소매점으로 확대하죠. 올 하반기부터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된 제품은 판매 금지하고요.
대만은 14개 산업 부문, 9만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제품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화장품에 마이크로비즈(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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