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떨어진 노인 잘 걸려
통증·합병증 탓 삶의 질 하락
국가 지원 요구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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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 지원
질병관리본부는 만 60세 이상 국민에게 대상포진 백신 1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50세부터 접종 가능하지만 현재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5만~20만원 정도가 든다. 접종비가 비싸 접종률은 10%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60세 이상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비를 무료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도 같은 내용을 공약으로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는 기초수급자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비의 100%, 일반 노인에게는 7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전남·전북·제주의 후보들도 접종비 지원을 약속했다.
하나의 백신에 접종비 지원이 확대되고 국가필수예방접종(무료)으로까지 이어지려면 비용과 효과 등 따져볼 사항이 많다. 국내 출시 7년째인 대상포진 백신은 얼마나 완벽하게 준비를 갖췄을까.
“백신 접종비 지원” 지방선거 공약 봇물
대상포진은 어릴 적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잠복했다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피부 발진과 찌르는 듯한 통증이 특징으로 평생 약 30%가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대상포진 환자 수는 2011년 52만9690명에서 지난해 71만1442명으로 연 5.7%씩 증가하고 있다. 주요 발병 나이는 50~70대로 이들이 지난해 기준 전체 환자의 약 57%를 차지했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앞으로 노령 인구가 늘면서 암 생존자처럼 면역력 약한 만성질환자가 많아져 대상포진 환자 수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대상포진에 대한 개인적·국가적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환자 수의 증가 외에 대상포진의 전 국민적 예방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환자의 낮은 ‘삶의 질’ 때문이다. 대상포진은 통증이 극심하고 합병증 위험이 높다. 급성 합병증으로 피부 상처를 통한 2차 감염이나 시력 이상, 각막염이 생길 수 있다. 발병 후 한 달이 지나면 신경통으로 전이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고통은 더욱 커진다. 대상포진의 통증은 산통(産痛)이나 암의 통증보다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소 7~10일, 합병증이 생기면 수년간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통증 때문에 입원하는 환자도 많다. 지난해엔 전체 환자의 14%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평균 8일간 병원에 머물면서 1인당 평균 185만원의 의료비를 썼다.
게다가 대상포진은 전염된다. 전염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피부 접촉으로 병을 옮길 수 있다. 대상포진에 걸린 할머니와 접촉한 손주가 수두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1세 미만의 영아라면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이재갑 교수는 “수두 항체가 있다면 누구나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는데 한국인의 약 93%가 수두 항체 양성”이라며 “국민 대부분이 면역 상태에 따라 대상포진에 걸리거나 주변에 전염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할머니 대상포진 → 손자 수두 전염 가능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으로 인한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대상포진 백신은 미국 MSD사의 ‘조스타박스’로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4400만 도즈의 접종(1회)이 이뤄졌다.
이 백신의 대상포진의 예방 효과는 50~60% 정도다. 출시 전 60세 이상 남녀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의 발병 위험이 51% 줄었다. 60대에서는 64%, 70대는 41% 낮아졌다. 신경통 전이 확률도 39% 줄었다. 백신을 맞으면 발병하더라도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백신이 시장에 풀린 후 10년이 지나면서 최근에는 더 신뢰할 만한 데이터도 나왔다. 2013년부터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킨 영국에서 약 3년간의 백신 효과를 발표한 것이다. 연구진이 접종 대상자였던 70대 550만 명을 관찰한 결과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62% 줄었다. 이 결과는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실제 결과가 백신 회사의 임상 결과보다 좋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주사 맞은 부위의 피부 발진을 제외하면 특별한 부작용도 없어 백신으로서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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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인당 의료비 등 평균 72만원 절감
지금까지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킨 국가는 영국과 독일, 캐나다, 호주 등이다. 영국은 매년 70·78세에게, 호주는 70세 이상에게 무료로 접종한다.
국가에서 어떤 백신을 무료로 지원하려면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뿐 아니라 백신을 접종했을 때 사회·경제적 이익을 증명해야 한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대상포진 백신의 비용 효과를 살펴본 연구가 나왔다. 국내의 한 연구팀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이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총 4조7271억원이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인 1인당 평균 72만원을 절감한다는 뜻이다. 의료비와 결근 등 노동 손실까지 고려해 사회적 비용을 계산한 결과다. 즉 국가가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된 성인용 백신은 ‘폐렴구균 백신’과 ‘독감 백신’ 두 종류다. 모두 65세 이상에게 무료이며 노인에게 발병 시 사망률과 합병증의 위험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상포진은 이 질환들만큼 치사율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극심한 통증과 합병증을 유발해 노인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고통스러운 면역 질환이다. 이재갑 교수는 “대상포진은 매년 노인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질병 부담도 함께 커지는 추세”라며 “최근 백신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까지 확인한 만큼 많은 어르신에게 백신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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