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골프 천국은 옛말…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사라진 제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16년 만에 사라지면서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이 급감하고 있다. 그동안 감면 혜택을 바탕으로 낮은 가격을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던 골프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급기야 회원제 골프장들이 속속 대중제(퍼블릭)로 전환하는 가운데 대중제 골프장도 회원제 수준으로 요금을 올리면서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에 골프장 입장행위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이양 특례 등을 담는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일보

제주도 골프장 찾는 외지인 1년 만에 24.9% 감소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제주도 내 30개 골프장 내장객은 46만38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만4491명에 비해 11만634명(19.3%)이나 줄었다.

도외 및 외국인 내장객은 33만3828명에서 25만810명으로 24.9%(8만3018명)나 급감했다. 도민 내장객은 21만30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만663명에 비해 11.5%(2만7616명) 감소했다. 골프장 업계는 올겨울 잦은 폭설 등 기상 여건도 나빴지만 제주는 항공료 부담에다 개별소비세 감면 폐지가 내장객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세법은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을 체육시설이 아닌 카지노·경마장처럼 고급 오락시설 장소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체육시설법 시행령상 대중체육시설업에 해당하는 골프장에는 붙지 않는다. 회원을 모집하지 않고 일반이용자로부터 예약을 받아 운영되는 대중제 골프장은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제주도에 한해 지난 2002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된 이후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내외국인 골프 관광객 유치를 위해 회원제 골프장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를 전액 감면했다. 하지만 제주지역 일부 골프장이 부도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경영난이 지속하면서 개별소비세 감면시한 연장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5% 감면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이 지난해 9월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제도의 일몰기한을 오는 2022년까지 5년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안건 상정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일몰 시한을 넘기면서 올해 1월 폐지됐다.

세계일보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1인당 5280원이던 개별소비세가 올해 들어 2만1120원으로 늘어나면서 제주도 골프장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줬던 지난해 제주도 골프장 내장객은 216만7510명으로 2016년 194만5684명보다 11.4% 증가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없는데 항공 운임을 부담하면서까지 제주로 오겠느냐”며 “제주도 골프장 입장료에 개별소비세가 붙으면서 골프관광객들이 비슷한 요금대의 국내 퍼블릭 골프장이나 상대적으로 골프 여행상품이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개별소비세가 회원제 골프장에만 부과되면서 대중제로 전환하는 골프장도 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라온 골프장이 대중제로 전환했고, 엘리시안 골프장도 36홀 중 18홀을 대중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아덴힐, 세인트포, 더클래식, 스프링데일, 한라산 골프장이 대중제로 전환했다.

또 다른 회원제 골프장들도 대중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입회금을 모두 돌려줘야 하므로 자금력 부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별소비세 감면 폐지로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가 오른 것과 맞물려 대중제 골프장들도 요금을 일부 인상하면서 도내 골프장 이용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몇몇 골프장은 카트 이용료를 대당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상당수 골프장은 올해 들어 내장객이 급감하자 주중·조조·시간대별 탄력요금제, SNS 예약 할인제, 식음료 무료 제공, 온그린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제주도민골퍼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B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아예 비회원 그린피를 수도권 골프장 수준으로 대폭 인상, ‘명품 콘셉트’로 차별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세계일보

“개별소비세 감면 권한 제주도로 이양해야”…제주 관광업계 아우성

지역 골프장 업계에서는 개별소비세 감면 권한을 제주도로 이양해 지역 차원에서 조정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골프가 이미 대중화된 데다 제주지역 관광 효과가 연간 75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인데 경쟁력 약화로 숙박·식음 등 연관산업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골프장 관계자는 “제주에서 전국 학생 골프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골프 꿈나무들의 입장료 부담도 늘게 돼 제주 대회 출전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