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급해 제발로 지구대 찾아온 절도범

소피가 마려워 무심결에 경찰 지구대를 찾은 절도용의자가 근무 중인 경찰관의 눈썰미에 딱 걸렸다.

지난 8일 오후 9시쯤 부산 중구 남포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이호진 경사는 지구대를 찾아온 한 50대 남성의 걸음걸이가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었다.

잡화점서 물건 훔치는 김씨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다며 지구대를 방문한 이 남성은 가방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그 사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이 경사의 머릿속에 번뜩 20일 전 절도 피해를 본 잡화점 폐쇄회로(CC) TV 속 범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달 15일 낮 12시 58분쯤 남포지구대 관내 한 잡화점에 50대 남성이 침입, 장난감 안경 1개, 마그넷, 공책, 유성 마커 등 문구류를 훔쳐간 사건이 있었다.

이 경사는 CCTV 속 남성과 지구대를 찾은 남성의 상의나 모자는 다 달랐지만, 바지와 신발 모양, 8자 걸음걸이가 똑같다고 여겼다.

이 경사는 휴대폰 속 저장해뒀던 범인의 사진을 한 번 더 본 뒤 확신이 서자 “화장실을 잘 이용했다”고 인사를 하고 지구대를 나서는 이 남성을 뒤따라가 불심검문했다.

이 경사는 이 남성이 김모(55) 씨인 것을 확인하고 절도 행각도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이 경사는 건물 침입 등 다른 범죄로 검찰에서 벌금 수배한 사실도 확인하고 김씨를 본서 형사과로 넘겼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호진 경사가 매의 눈보다 예리한 눈썰미로 범인을 검거하는 공을 세웠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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