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제안으로 지난 26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측 외교·통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강한 비핵화 의지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북미간에 구체적인 비핵화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남북 회담으로 강한 비핵화 의지 표출…南도 필요성 느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측에서 '김 위원장의 구상'이라며 격의 없는 소통을 갖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며 "문 대통령이 승낙해 그제(25일) 밤부터 어제 오전까지 실무적인 준비를 하고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강한 비핵화 의지를 전하려 했던 것이라고 이를 분석했다. 마침 4·27 판문점 선언에서 두 정상이 자주 만남을 갖자고 했던 만큼 명분도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판문점 선언 이행과 북미 관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성이 있어 이에 응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 300)에 "김 위원장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에 대한 메시지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보내고 싶었던 것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판문점 선언 중 양 정상이 한반도 제반 문제에 대해 수시로 만나 합의한다는 내용이 있던 만큼 두 정상이 만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협상에서 먼저 제안을 하면 대화를 구걸하고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지워야 한다"며 "누가 요청하고 어떻게 수용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북 모두 대화의 필요성이 있어 만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서한문을 북한에 보내는 등 북미 대화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높아지자 남북이 머리를 급히 맞댔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번에 무조건 핵을 없애고 경제 발전 국면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태도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SOS(구조신호)를 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판문점 선언을 빠르게 이행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막힌 부분을 정상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핵화 협상…공은 北 요구사항 들어줄 미국에= 북한이 의지를 보인 만큼 이제 관건은 미국이라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다음달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에 대해 미국이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보일지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여전히 변수는 미국"이라며 "북미간 마지막 논쟁의 핵심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검증과 제재 완화를 어떻게 하느냐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 병진 노선을 없앤 만큼 2018년 현 시점에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2020년까지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말했다면 북한은 경제적 터닝 포인트를 만드는 시작 시점이 언제냐가 문제라고 판단했다.
양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완전한 비핵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공감대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것 자체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핵화 이행 시간표와 미국이 해줄 수 있는 체제 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가 안 된 상태로 본다"고 관측했다.
◇'중재자'이자 '보증인' 문 대통령…싱가포르 회담 성공 이끌까= 결국 문 대통령의 보증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미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이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양 교수는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중재자로서 1차 회담에서는 불씨를 살리는 역할이었다면 2차 회담에서는 등불로 만드는 촉진제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2차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확실한 보증인으로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확실한 이행 의지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해줬다"며 "여기엔 그런 역할에 북측도 충분히 배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