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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김정은, 공언한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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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北정상회담 전격 취소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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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사회에 공언했던 대로 24일 해외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내 갱도와 부속시설들을 폭파·폐기하며 비핵화로 가는 첫발을 뗐다.

이날 북측은 이번 폐기 행사 때 사용 가능한 갱도 3곳과 주요 시설물들의 벽면에 구멍을 뚫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폭파해 무너뜨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오전 11시쯤 핵실험장의 2번(북측) 갱도와 관측소 시설부터 폭파했다. 2번 갱도는 지난 2~6차 핵실험에 사용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심' 시설이다. 북측은 우선 군인 4명을 동원해 2번 갱도에서 오른쪽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갱도와 관측소 폭파를 준비했다. 이어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취재진에게 핵실험장 폐기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설명했다.

11시 직전에 북측 관계자들은 취재진에게 촬영준비 상태를 물었다. 이에 기자들이 "준비됐다"고 답변하자 3초 카운트다운 후 엄청난 폭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직후 해발 2205m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입구에 있는 토사와 부서진 바위들이 쏟아져 나왔다. 입구 쪽에서 첫 폭음이 들린 이후 안쪽으로 더 들어간 곳에서 두 번 정도 폭음이 더 울렸다. 약 15초 뒤에는 관측소 시설도 굉음과 함께 폭파됐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만탑산 계곡은 큰 폭발음과 함께 짙은 연기로 뒤덮였다. 연기가 걷히자 폭발로 부서져 나온 관측소 건물 파편들이 사방에 가득 쌓였다.

이날 북측은 오후 2시 17분부터 4시 17분까지 4번(서쪽)·3번(남쪽) 갱도 등 사용 가능한 갱도 3곳과 생활동 등 부속건물들을 차례로 폭파했다. 북측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에 있는 4개의 갱도 중 2006년 1차 핵실험에 사용된 이후 오염으로 인해 폐쇄시킨 1번 갱도 외에 사용 가능한 3곳을 모두 폭파·폐기했다. 특히 3·4번 갱도는 아직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아 상태가 매우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 "와서 보면 알겠지만 풍계리 실험장에 기존 시설보다 더 큰 갱도가 두 개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2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라고 평가하고 폐기 참관 동향을 점검했으며 향후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한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등 5개국 취재진은 이날 아침 풍계리 현지에 도착했다. 한국 취재진 8명을 포함한 5개국 언론인들은 전날 오후 7시쯤 원산역에서 특별열차 편으로 풍계리로 출발했다. 이들은 열차로 원산에서 약 416㎞ 떨어진 풍계리 인근 재덕역으로 가서 다시 차량·도보로 약 21㎞를 이동해 핵실험장에 도착했다.

북측은 풍계리 현지 기상 조건을 주요하게 감안해 이날을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D-데이'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24일은 북측이 행사 일자 선정에 중요하게 고려한 기상 여건이 가장 나은 날이었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일대는 이날 낮 시간은 대체로 맑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에는 해당 지역에 비 소식이 있어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하기에 적절치 않다. 5개국 공동취재단은 25일 아침 타고 왔던 특별열차 편으로 원산으로 돌아와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갈마호텔에서 구체적인 취재 내용과 사진·영상 등을 전 세계로 송출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 참관·지휘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평양 내에도 김 위원장이 풍계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지휘·통제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어 이곳에서 상황을 통제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여야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두고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일 가능성에 대체로 주목하면서도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낙관론은 안 된다"며 경계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일"이라며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크게 기여할 조처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핵실험장 폐기가 비핵화의 첫걸음일 가능성도 있지만, '사기쇼'일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며 "한국당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전개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이제까지 북한의 행태를 고려할 때 어떠한 어설픈 낙관론에 휩싸여서도 안 되며, 북핵 폐기가 완전히 합의되고 실행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느슨해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이) 판문점선언에서 세계에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주요한 첫걸음"이라고 평하면서도 "실험장 폐기는 '핵폐기' 자체는 아니다"라며 "정부는 북한의 핵폐기 의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대화와 견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풍계리 = 공동취재단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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