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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추운 날 페인트통 옮기다 사망…대법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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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the L] "근무 환경 변화로 기존 질환 악화"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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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20kg 가량 되는 페인트통을 운반하는 업무로 괴로움을 호소하다 쓰러져 숨진 오피스텔 도장공에게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사망한 윤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윤씨는 2015년 11월부터 일용직 근로자로 고용돼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도장공으로 근무했다. 그는 근무 16일만에 신축 중이던 건물 11층 엘리베이터 안에서 '심근경색의증'으로 쓰러져 숨졌다. 조사 결과, 사고 당일 현장은 전날에 비해 체감온도가 10℃ 이상 급격히 낮아진 상태였다.

윤씨의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부했고 사건은 결국 소송으로 번졌다. 윤씨의 유족은 “배우자가 2주 전 이직해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한 통에 20Kg 정도 되는 페인트 운반을 하며 이로 인한 피로 및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당일에도 거의 휴식시간 없이 일한 데다 날씨가 매우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면서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업무량과 강도가 동일 또는 동종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통상적으로 주어지는 정도를 현저히 초과하는 것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업무와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사망한 윤씨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연이어 근무했으며 사망 당일에는 전날보다 체감온도가 크게 저하된 상태에서 고층 건물 외부의 강한 바람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별다른 휴식시간 없이 작업을 계속한 사정이 인정된다”면서 “현장 작업방식과 작업내용, 작업량과 작업 강도, 망인의 경력 및 그 숙련도 등을 종합해 볼 때 근무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가중된 작업 강도가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급격히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고혈압, 불안정협심증 등의 기존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급격한 근무환경 변화 및 업무 강도 증가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과로가 누적됐고 이로 인해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심근경색이 유발됐다고 추단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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