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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풍계리에 전망대 세운 北 “기자들 1만 달러씩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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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장 폐기 공개 위해 사전작업

미 언론사에 “22일 베이징 모여라”

태영호·탈북종업원·한미훈련 트집

남측엔 대화 중단 엄포 등 긴장 조성

“폭파 장면 극적으로 보이려는 의도”

중앙일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공개 폐기 관측을 위한 전망대를 설치 중이라고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19일 보도했다. 38노스는 지난 15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서쪽 갱도 인근 언덕에 전망대로 추정되는 시설물(노란 점선) 설치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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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5일 중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북한이 한국 취재기자단 명단 접수를 거부하면서 몽니를 부리고 있다. 남북대화 중단 엄포(17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 위원장), 북·미 정상회담 무산 위협(16일 김계관 외무성 1부상) 등을 통해 조성한 긴장 국면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풍계리 취재를 맡은 한국 기자단은 취재기자의 명단과 함께 취재 범위·절차와 안전 상황 등에 대한 질문들을 통일부에 전달했고, 통일부가 판문점 채널을 통해 북한에 문의했으나 20일 현재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한동안 잠잠했던 대남 비방 공세까지 재개했다. 2016년 여종업원 집단 탈북과 관련해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1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에게 “남조선 당국은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라”며 송환을 요구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의 국회 강연을 비난하며 “탈북자 버러지들의 망동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일에는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계획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 당국은 19일 미 ABC·CNN방송과 AP통신에 풍계리 취재를 위해 22일 오전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에 집결할 것을 공지했다고 복수의 외신기자들이 전했다. 북한은 사증 발급 비용으로만 1명당 1만 달러(약 1082만원)를 요구했다고 한다. 초청된 기자들은 모든 비용을 자체 부담한다. 항공요금까지 포함하면 이번 풍계리 취재엔 1인당 3000만원 가까운 돈이 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때도 5개국 7개 언론사가 이를 보도했는데, 미국 정부가 당시 250만 달러(약 28억원)를 지불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 인근 언덕에 4줄에 걸쳐 목재 더미가 쌓여 있는 듯한 모습이 민간 위성에 관측됐다. 기자들이 폭파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외국 기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원산~길주 간 철로를 보수하고 열차 시험운행을 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20일 “이것(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 공화국이 주동적으로 취하고 있는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이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계관 담화를 통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거부했는데,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만 포기하고 핵은 인정받는 인도나 파키스탄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하며 다시 평화 모드로 전환할 때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긴장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가입 선언 등 파격적 약속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향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양보를 받아내는지 보겠다’고 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주한미군이나 한·미 연합훈련을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루길 바라는 것 같은데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한 당국이 외신기자들에게 풍계리 외에도 원산특구도 취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향이자 북한이 각별히 신경 써서 개발 중인 원산을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혜·윤성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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