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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일선 수사단, 검찰총장 직격…대검 간부도 기소 대상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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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 파장 확산에 검찰 술렁

대검 “권성동 신병 등 신중한 처리 위해 자문단에 넘겨”

‘안 검사에 동조’ 대 ‘문 총장 옹호’ 내부통신망서 격론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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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는 15일 문무일 검찰총장(57)을 향해 연달아 제기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으로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과 대검찰청은 문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 여부를 두고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진실게임’ 양상도 띠었다. 수사단이 기소 대상으로 지목한 대상에 현역 대검 간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문 총장에게는 악재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일선 수사팀이 총장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여서 파장이 쉽게 정리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는 의혹을 제기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39)의 주장에 동조하는 글과 문 총장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검사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문 총장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은 우선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연루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이 수사에 대한 외압에 연루된 대검 간부를 봐주려 했는지다. 또한 문 총장이 사건 처리를 검토할 ‘전문자문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수사단에 부당하게 수사지휘를 행사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안미현 검사의 폭로로 수사단이 출범할 당시 문 총장은 수사지휘를 하지 않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날 사태는 안 검사가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문 총장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춘천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권 의원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올렸는데 문 총장이 국회의원을 구체적인 혐의도 없이 부르느냐고 이영주 춘천지검장을 질책했다는 것이다. 안 검사는 “수사단이 이 무렵 권 의원과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 사이에 다수의 전화 통화가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들었다”면서 “권 의원의 신병처리와 추가 수사에 대한 장고가 현 총장과 관련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는 주장도 했다.

안 검사의 기자회견에 이어 오후에는 수사단이 보도자료를 통해 문 총장의 수사 저지 관련 주장을 해 파문이 커졌다. 이달 초 수사 외압에 연루된 검찰 고위 간부를 기소하고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문 총장이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받아 봐야 한다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처리가 보류됐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현직 검찰 간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시민단체 인사와 언론인 등 비법조인의 시각으로 판단을 받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를 총장에게 요청했지만 총장이 반대했고, 수사단 자체 판단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하자 총장이 이를 가로막고 외부 법조인으로 꾸려진 ‘전문자문단’을 꾸렸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검찰이 2012년 한상대 총장 때 ‘검란’을 포함해 총장과 검사의 갈등은 있었지만, 일선 수사단이 공식 문서에 총장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표현을 쓴 것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대검은 문 총장이 수사단의 요청에 따라 ‘전문자문단’을 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단에서 먼저 ‘수사심의위’ 적용을 요청해 검토한 것이니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니라고 했다.

문 총장이 사건 처리를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지 ‘봐주기’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단이 검찰 간부 등에 적용한 직권남용 등은 유죄를 이끌어내기가 상당히 어려운 혐의”라면서 “문 총장이 차후 검찰 내부와 정치권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생각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권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란 점을 문 총장이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향후 관건은 검찰에 꾸려진 전문자문단이 권 의원 신병과 검찰 간부 기소 여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다. 법조계에서는 대검 간부 등이 기소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문 총장에게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불기소 결정이 나온다면 수사단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정치권에는 또 하나의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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