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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ISS·글래스루이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잇단 '반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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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비상등…현대차 "반대 결정 유감"

연합뉴스

[그래픽] 글래스 루이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반대의견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윤보람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인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글로비스[086280] 간 분할·합병 계획과 관련해 유력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을 공격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현대차그룹으로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1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보고서를 내고,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현대모비스는 주총에서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다음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세계 1위 의결권 자문사로 시장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ISS는 "거래 조건이 한국 법을 완전히 준수하고는 있지만, 그 거래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해 보인다"며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 역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의심스러운 경영논리"에 바탕을 뒀을 뿐 아니라 "가치평가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또 분할·합병의 근거가 설득력이 없다면서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만 유리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나온 엘리엇과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반대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ISS의 판단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영향력과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외국계 투자기관에서는 ISS의 권고와 달리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별도의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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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엘리엇은 지난 11일 공식 성명에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계획에 대해 "타당한 사업 논리가 결여됐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은 합병 조건이며,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 대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스틴베스트도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분할·합병의 비율과 목적 모두 현대모비스 주주 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면서 반대 의결권을 권고한 바 있다.

합병비율 산정에서 존속부문 가치가 과대평가되고 분할부문은 과소평가돼 주주들에게 부정적이라는 게 서스틴베스트의 주장이다.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연거푸 반대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현대차그룹으로선 비상이 걸렸다. 합병에 찬성하는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대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분할·합병이 성사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을 든 주주가 3분의 1 이상 주총에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30.1%로, 지분 9.83%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48%가량을 쥔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이 중요하다.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외국인 지분 48%가 모두 주총에 참석하고, 이들이 전부 반대표를 던진다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은 부결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의결권 자문사 ISS의 '반대' 결정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오전 글래스 루이스가 반대 의견을 냈을 때까지만 해도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밝혔던 것에 비하면 톤이 한결 무거워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ISS가 해외 자문사로서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본시장법 등 국내 법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번 개편안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반대로 이번 개편안으로 모비스 주주는 이익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주장했다.

모비스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의 경우 모비스 주식 79주와 글로비스 주식 61주를 받게 돼 현재 주가로 계산해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분할합병으로 모비스는 미래 경쟁력 및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동시에 글로비스의 성장은 곧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로 그 성과가 확산하는 구조이며 이 또한 모비스 주주의 이익으로 재차 귀결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합병가치 비율은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이익창출능력 및 현금창출능력 비율과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시장에서 평가한 양사의 가치비율도 본 분할합병 비율과 유사하다"며 "따라서 본 분할합병은 양사 주주들에게 공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당위성과 취지에 대해 시장과 주주들을 끝까지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이르면 16일 중 찬반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의견은 현대모비스의 또 다른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 행사 때 준거로 삼고 있다.

주총을 약 2주 앞두고 위임장 확보를 통한 세 규합도 본격화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주요 주주들을 직접 만나거나 콘퍼런스콜 형태로 접촉해 분할·합병안의 정당성과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찬성 위임장 얻기에 나섰다.

회사 측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기술변화와 시장변화에 능동적·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 및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증대를 위해 추진되는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엘리엇도 해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반대 위임장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의사를 오는 28일까지 서면으로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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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엘리엇(CG)
[연합뉴스 자료사진]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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