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오너 일가의 의혹·거취는
관세포탈·밀수혐의도 조사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관측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 설치를 지시하면서 강조했던 말들이다. 역외탈세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을 고려하면 발언 강도가 대단히 세다. 조사단 설치의 트리거(방아쇠)가 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세금 탈루에 대해 각 사정기관의 압박 수위가 최대치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해외범죄수익환수조사단과 관련해 “범죄행위는 항상 있지만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사건이 나왔을 때 수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탈세가 드러난 이번을 기회로 역외 탈세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갑질 넘는 범법행위, 사정기관 전방위 압박=서울지방국세청에 따르면 조 회장과 조 회장의 누나 현숙씨, 동생 남호·정호씨 등은 스위스와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 있는 고(故)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 소유 부동산과 예금을 상속받았지만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미납한 상속세는 가산세까지 더했을 때 최대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고의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상속세만 최대 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이를 알지 못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여기에 조 회장 부부와 자녀는 관세 포탈과 밀수 혐의를 받고 있고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003490) 전무는 각각 폭행 건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여기에 조 회장 자택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의혹까지 겹친 상태다.
◇포토라인 후 실형까지 예상=법조계에서는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무더기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각종 의혹의 죄질이 불량한데다 한진그룹 안팎에서 이들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제보가 넘치도록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달 국세청 고발에 따라 조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조세포탈 금액이 수백억원대에 이르고 있는 터라 검찰 안팎에서는 실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법무부 이민조사대도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한진 오너 일가의 필리핀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법무부는 한진 일가가 ‘국내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자(F-6) 신분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 전원 퇴진 불가피=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조만간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중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신의 범죄 행위를 기업 경영과 분리하는 결단 없이는 현재의 사태가 진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진에어(272450)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조 회장은 현재 ㈜한진과 한진칼(180640), 대한항공, 정석기업의 대표이사와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때 조 회장이 (동반 퇴진을) 결단했어야 했다”며 “해외 소득세 탈루와 밀수 의혹은 일탈 행위를 넘어선 것으로 오너 일가의 일괄 퇴진 말고는 대한항공의 이미지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조 회장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퇴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일정한 모양을 갖춰 퇴진해야 하는데 그 지렛대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미국 델타항공이다. 조 사장 사퇴 후 델타항공 경영진 중 한 명이 대한항공으로 넘어와 경영을 맡고 대신 조 사장은 델타항공에서 수년간 경영 수업을 받은 뒤 복귀하는 시나리오다. 조 사장은 아직 40대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재개 원로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조언들이 나왔고, 조 회장 역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부자가 동시에 퇴진하면 대한항공 측에서는 우기홍 부사장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우 부사장은 조 회장, 조 사장과 함께 대한항공의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안현덕·임진혁·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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