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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ZTE에 병 주고 약 준 트럼프… 美·中 무역 대립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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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강력 제재 철회 시사… 中, 대표단 방미 때 화답할 듯/7년간 美 기업과 거래 금지 불구/“ZTE 사업 재개 習주석과 협력”/ 트럼프 돌연 제재 완화방침 밝혀/ 비판 여론 의식 “모든 게 잘 풀릴 것”/ 中 방미 대표단 새 협상안 내놓을 듯/ 北·美회담 앞서 中 협조 가능성도

세계일보

미국 기업과의 거래금지 명령으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ZTE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ZTE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명확하지 않지만, 미·중 간 무역 대립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대형 휴대전화 업체인 ZTE가 신속하게 다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 상무부에도 지시가 내려갔다”면서 “(ZTE가)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언급했다. ZTE는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 업체로 전 세계에 7만5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세계 9위를 달리는 유력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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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이는 관세 부과에 비할 수 없는 강력한 제재였다. 미국 기업과 거래를 못 하게 되면 통신장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퀄컴, 인텔 등의 칩세트를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제재가 장기화하면 ZTE는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제재 후 ZTE 협력업체들이 모든 직원에게 휴가를 주는가 하면, ZTE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이며 스마트폰 점유율 세계 3위의 중국 기업인 화웨이에 대해서도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통 자국 기업의 일자리 증가와 같은 호재가 있을 경우 트위터를 통해 이를 알렸지만, 이번 경우엔 제재 완화의 대가가 무엇인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외교협의회(CFR)의 애덤 시걸 디지털·사이버 정책국장은 “중국 일자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걱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4시간 만에 올린 두 번째 트윗(게시글)에서 “중국과 미국은 무역에서 잘 협력하고 있지만, 과거 협상들은 수년 동안 중국 쪽에 너무나 치우쳐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양국에 득이 되는 협상은 타결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하지만 쿨해져라.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만간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무역대표단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으로, 이때 중국이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이 미국에 뭔가 협조했을 것이라는 분석과 퀄컴이 추진 중인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인 NXP 인수에 대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혹은 ZTE 거래 중지에 따른 미국 기업의 피해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어느 쪽이든 ZTE 제재 완화를 계기로 미·중 간 무역전쟁이 대화를 통해 풀릴 가능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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