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핵폐기시 北체제 보장 밑그림
볼턴 “핵무기 美로 반출”, 막판 변수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북한 비핵화 조치에 따를 경제적 보상 카드를 제시하고 나섰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물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대북 무역ㆍ투자 가능성을 언급했다. 물론 볼턴 보좌관은 여전히 영구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은 없다’던 트럼프 정부가 경제적 보상의 밑그림을 공개하며 비핵화 빅딜을 밀어붙이고 있어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13일(현지 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연달아 밝힌 구상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비핵화를 달성하면 미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와 경협을 막는 각종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폼페이오 장관은 에너지와 인프라, 농업 등 3대 분야를 구체적인 민간 투자 대상으로 제시하면서 "북한 정권은 교체하지 않고 확실하게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상 카드는 2차 대전 직후 유럽 경제 부흥을 지원했던 ‘마셜 플랜’을 연상케 하지만 정부 지원이 아닌 민간 투자라는 점이 다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로 경제적 보상 카드가 나온 것은 이번이처음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완전히 새로워진 북미의 ‘비핵화-보상 교환’ 구조다. 미국이 제시한 카드를 종합하면 비핵화까지는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으로 북한 체제 및 안전을 보장하고, 비핵화 이후에는 민간 투자 방식의 경제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핵화의 단계별로 당근처럼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던 과거 패턴과 달리 이번에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와 체제 및 안전 보장을 교환하는 신속한 일괄타결 방식이다. 북한이 핵ㆍ경제 병진에서 경제 총력 집중으로 노선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라 미국의 직접 투자가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촉진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 카드’에도 불구하고 볼턴 보좌관의 입장은 여전히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가 테네시주의 오크리지라는 장소를 콕 집어 북한 핵무기를 미국으로 넘기라고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오크리지는 과거 리비아의 핵설비와 핵물질을 보관 중인 핵시설로 사실상 리비아식 해법을 재차 주장한 것이다.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에 이미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볼턴 보좌관의 채찍은 도리어 트럼프 행정부 내부 역할 분담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 일정을 발표하고 미국이 경제적 보상 방안을 제시하면서 비핵화 담판은 선순환 궤도에 오르는 분위기다. 이런 전향적 조치를 싱가포르 북미 핵담판의 역사적 성과물로 이어가려면 양측 모두 통 크고 진지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의 사소한 입장차까지 중재하는 치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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