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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北, 베트남식 개방땐 '삼성 뒷마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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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경제개혁 롤 모델' 유력

공산주의 유지하며 경제 성장

"LG 등 韓기업 투자만으로 충분"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북한은 ‘넥스트 베트남’이 될 수 있을까. 숙련된 인력과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베트남식 경제 모델을 북한이 추종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북한이 ‘도이모이(쇄신)’ 정책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1986년 당시 베트남과 유사하다”며 “삼성의 ‘뒷마당(backyard)’이 될 수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베트남이 반미(反美)국가였는데다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롤 모델’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과거 미국의 적국이었지만 지금은 우방이 된 나라’를 언급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개혁 개방 경제를 추진했다.

지난해 베트남은 6.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제성장에는 삼성전자도 한 몫 했다.

삼성전자(005930)는 베트남 최대 외국 기업으로, 스마트폰과 소비자가전, 네트워크 장비 등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했다. 삼성전기(009150)와 삼성SDI(006400)도 베트남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도 오는 2020년 휴대폰용 디스플레이 모듈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삼성의 직접 고용 규모만 16만명이다.

LG전자(066570)도 베트남에서 TV와 휴대폰, 가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까지 만든다. LG이노텍(011070)과 LG화학(051910), LG디스플레이(034220)도 전자 부품과 편광판 등을 생산한다.

베트남 인구의 70%가 노동연령인 반면 북한은 44%에 불과하고 북한의 근로 가능 인구가 2020년에 정점을 찍는데 비해 베트남은 2040년에 절정에 이른다는 점에서 인구통계 면에선 베트남이 여전히 우위다. 하지만 남북한 인구를 합치면 8000만명에 달해 통일 한반도는 생산·소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단일 시장이 탄생한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 투자처를 북한으로 기꺼이 옮길 것으로 전망했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북한 임금이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낮아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제조업체 기준으로 단위 시간당 임금은 캄보디아 0.7달러, 북한 1.1달러, 베트남1.3달러, 멕시코 2.3달러, 한국 18.7달러다.

20여년 전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평양에서 TV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삼성과 LG는 부품을 서해 해로로 운송해 평양까지 공급하고, 공장에서 조립해 다시 배를 통해 국내로 들여왔다. 생산 물량은 연간 약 5만대였다.

두 회사는 약 10년간 북한에서 TV 생산을 이어왔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천안함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010년과 2009년에 북한에서 공식 철수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 기업이 당장 북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남북 경협은 단순히 ‘평화 분위기’라고 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며 “아직 국내 대기업의 북한 진출을 거론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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