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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네타냐후 "역사 만든 트럼프 고맙다"…알카에다 "미국과 성전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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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이 14일(현지시간) 마침내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개관식을 했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정점을 찍은 이번 조치가 중동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축제 열기에 휩싸인 반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공격을 예고하며 큰 혼란이 빚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오후 4시께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에 있던 기존 미국 영사관에서 대사관 개관식을 열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당분간 기존 영사관 건물은 일부 개조해 임시청사로 쓸 예정이며, 새 청사를 짓기 위한 용지는 현재 물색 중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대사관 용지 선정부터 설계, 승인, 건축 과정에 7~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개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주요 인사 800여 명이 총출동해 행사를 기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영상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전야 연회와 개관식에 모두 86개국 외교관을 초청했지만 불과 30여 개국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유럽연합(EU) 외교관들은 대부분 불참했으며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일부 동유럽 국가 외교관들만 자리를 채웠다.

이스라엘은 개관식을 기회로 삼아 예루살렘을 수도로 못 박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저녁 이스라엘 외교부에서 열린 전야 연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정말 고맙다. 우리 국민은 그의 대담한 결정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서예루살렘에서 동예루살렘을 잇는 1.4㎞ 길이의 관광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사업에 5600만달러(약 598억원)를 쏟아부어 2021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미래 독립국가 수도로 천명한 곳으로, 이스라엘의 케이블카 사업은 동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영유권을 부정하는 의미를 가진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미국대사관 개관일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가자지구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14세 소년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 16명이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숨지고 500여 명이 다쳤다고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밝혔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창립자 마무드 알자하르는 이날 "신의 뜻에 따라 해방을 이룰 때까지 순교자 100만명을 보낼 것"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미국이 '현대판 십자군'이라며 무슬림에게 "미국과의 성전(지하드)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난 3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가자지구에서 '위대한 귀환 행진'이라는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그간 이 시위를 진압하는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42명이 숨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장벽 곳곳에 저격수를 배치해놓고 팔레스타인인을 쏴 쓰러뜨리고 있다고 13일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14일 "트럼프 행정부가 수십 년간 확립된 국제사회 전통과 미국의 정책을 깼다"며 "비판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협상을 성실히 중재하던 미국의 역할을 깼으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지역 갈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소요는 일시적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찻잔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란의 존재감 때문이다.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국인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서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편을 들어 반군을 거의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6일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는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승리했으며, 12일 진행된 이라크 총선에서도 시아파 야권 집권이 유력하다. 이란은 현재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벨트'를 거의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이란과 대립하는 수니파 국가들은 이란 세력 확대 저지를 위해 이스라엘 군사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들이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에 대해 구체적인 반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4월 "이스라엘인이 그들 자신의 땅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발언했으며, 칼리드 알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도 지난 10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 군기지 공습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이는 수니파 아랍 국가가 그간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것에 비교하면 상전벽해급 변화다.

미국 폴리티코는 13일 "(미국대사관 이전에 대해) 반응이 놀랄 정도로 없다. 특히 팔레스타인 측 입장을 지지해 온 아랍 국가들에서 그렇다"며 "앞으로 며칠간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대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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