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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伊 연정협상 타결…극우포퓰리즘 정권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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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성향의 동맹당이 연정 합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역사상 처음이자 서유럽 최초로 극우 포퓰리즘 정권 출범이 임박했다. 이들은 반(反)이민과 '이탈리아 퍼스트(Italians First)'를 기치로 내걸면서 유럽연합(EU)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경제적으로는 복지 확대와 감세 등을 내세우고 있어 향후 이탈리아 새 정부의 행보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이날 북부 밀라노에서 만나 연정 협상을 타결했다. 양당 대표는 나흘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핵심 국정 정책과 차기 총리 후보 선정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로이터통신은 "두 정당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이탈리아는 재선거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양당이 정한 연정 협상 시한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에 앞서 3월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32%를 득표해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탈리아는 지난 2개월 동안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정당 간 연정 협상이 잇달아 파행하면서 오는 7월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가장 큰 이견을 보였던 총리 후보와 관련해 한발씩 물러서면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디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서로 총리에 취임해야 한다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현지 언론은 총리 후보군에서 두 사람이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연합정부를 이끌 총리 후보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오성운동과 동맹당 사이 걸림돌이었던 전진이탈리아(FI)당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연정에 대한 반대를 전격 철회한 점도 힘을 실어줬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살비니 대표와 함께 우파연합에 소속돼 있지만 오성운동과는 앙숙이다. 그동안 오성운동은 동맹당에 '부패의 상징'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결별할 것을 요구하고, 살비니 대표가 이를 계속 거부하면서 양측 연대가 마찰을 빚었다.

두 정당의 결합은 EU 통합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양당 대표가 합의한 내용만 봐도 전부 EU 지도부의 가치에 반하는 유로회의주의를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불법 난민을 저지하고 대(對)러시아 제재를 반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맹당은 '이탈리아 퍼스트'를 내세워 이슬람교와 이민자의 침략에 맞서 이탈리아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양당은 세금을 인하하고 복지에 대한 지출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포퓰리즘 정책도 대거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당의 경제정책은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다"며 "이탈리아에 재정적자 축소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EU 지도부와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32%로 유럽에서 2위"라며 "그렇지 않아도 파탄 난 이탈리아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연정이 막판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연정 협상안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가 합의 내용을 그대로 수락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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