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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여자라서 구속됐다” 사실일까?…성대결로 번진 홍대 누드 몰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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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도 구속됐을 것”

“만연한 몰카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

수사 기관에 의한 2차 가해 문제 여전

디지털 범죄 솜방망이 처벌 논란

홍대 누드모델 불법 촬영 피의자가 구속된 가운데, 성별에 따라 차별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사건이 남녀 성대결 구도로 비화되고 있다.

안모(25·여)씨는 몰래 찍은 동료 남성 모델의 사진을 1일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린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를 받고 있다. 안 씨는 3일 자신의 아이폰을 한강에 버린 뒤 애플과 워마드 측에 클라우드 저장 기록과 활동 기록을 삭제해 달라는 취지의 e메일을 보냈다. 서울서부지법은 안씨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며 12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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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인체 누드크로키 수업 중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뒤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여성 모델 안모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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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법원의 구속 영장 발부를 놓고 “남성 몰카범에 대한 수사나 처벌과 비교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몰카 피의자는 대부분 남성이지만 2016년 몰카 피의자 4491명 중 구속된 사람은 135명(3%)에 그쳤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사안의 성격이 달랐다고 지적한다.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변호를 맡았던 김재련 변호사는“리벤지포르노 등 가해자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사건과 이 사건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용의자 특정이 쉬웠기 때문에 수사가 신속했던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김 변호사는 솜방망이 처벌의 문제를 지적하며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더라도 법원에서 몰카 범죄자에게 기소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피해가 반복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2016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범죄 검거율은 94.6%인 반면 재판에 넘겨진 뒤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30% 미만이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위원은 “가해자 성별이 뒤바뀐 상황이라도 달라질 것이 없다”며 “홍대 몰카범이 구속된 이유는 증거인멸이다. 피의자가 남자였다해도 안씨처럼 한강에 휴대폰을 버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활동 기록 삭제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경찰 수사에서 수차례에 걸쳐 거짓 증언을 했다면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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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성별과 관계 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청원은 31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 청와대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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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4일 “성별 따라 수사속도 조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성과 관련된 수사나 성범죄는 경찰이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지만 들끓어 오른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1일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과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4일 오후 31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오는 19일에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라는 이름으로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그 동안 여성들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수사기관에서 받은 2차 피해와, 몰카에 대한 일상적인 불안감이 표출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영순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것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경찰이 중요 사건으로 보지 않거나 무신경한 태도로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도 수많은 몰카가 각종 sns에 떠돌고 이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여성들을 무수히 봐왔다”며“더 악질적인 몰카 범죄에도 언론이 이 정도의 관심을 쏟거나 수사 당국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운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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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편파 수사임을 지적하는 댓글들이 올라와 있다.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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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성폭력 2차 피해 경험자 중 경찰·법원 등 공권력에 의한 2차 가해를 경험한 비율은 17.5%로 지인과 직장 관계자에 의한 가해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경찰이 ‘모텔 가는 것 자체가 동의 아니냐. 왜 처음부터 신고하지 않았느냐’거나 ‘무고죄가 될 수도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며 피해자를 위축시키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례, ‘여성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재판과정에서 판사나 변호사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드러나는 발언을 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홍지유·성지원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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