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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레이더A] 한국기업과 `태국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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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태국은 '미소의 나라'로 불린다. 태국인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해맑은 미소를 보내서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 기업들은 '타이 스마일(Thai Smile)'을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태국에서 터지자 태국 정부는 서둘러 짐 싸는 한국의 은행들을 붙잡았다. 하지만 한국 은행들도 당시엔 내 코가 석 자였던 터라 당장 영업을 중단하더라도 사무실은 닫지 말아 달라는 태국 정부의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고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그 이후 태국 정부는 외국 은행에 대한 자본금 요건을 200억바트(약 6700억원)로 강화했고 2020년까지 인허가 계획에 대한 명확한 언급도 없는 상태다. 한국 기업들이 보기엔 태국 진입장벽이 부쩍 높아진 셈이다. 현재 태국에 진출한 한국 민간 은행은 없다. 한국 금융계에선 20년 전 뒤끝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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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서운함을 느낀 사건도 있었다. 한국은 2013년 태국에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약 6조원 규모의 물관리 사업을 따냈다. 한국 건설사들의 시공 능력과 물관리 노하우를 태국에 알리는 좋은 기회인 데다 물관리 체계를 정비하려는 다른 아세안 국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태국 군부 쿠데타로 2015년 국제입찰 결과가 손바닥 뒤집듯 폐기됐으니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태국 투자에 대한 망설임이 생길 법하다. 이후 태국 정부는 2016년 솜낏 짜뚜시삐딱 경제부총리와 5개 경제부처 장관 등으로 구성된 투자 유치 사절단을 한국에 보냈다. 양측은 최초의 부총리급 대화 채널인 '제1차 한-태국 경제협력위원회'에서 철도와 물관리계획, 위성, 스마트시티 등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협력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자고 약속했다. 한국 기업들에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으로 후속 대화는 지금까지 열리지 못했다.

이런 과거사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과 태국은 왠지 궁합이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6억명의 인구를 가진, 거대 아세안시장의 관문인 태국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는 베트남 못지않게 중요한 나라다. 모든 일엔 타이밍이 중요한 법인데 올해 한국·태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달 16~17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매경 태국포럼'이 열린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를 비롯해 솜낏 부총리와 경제 주요 부처 장관들이 한국 기업인들을 맞으러 총출동한다. 동부경제특구청장은 한국 기업인을 만나기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비록 중국, 일본 기업들의 공세가 매섭지만 태국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국 기업들이 태국에 먼저 적극 다가가 보면 어떨까. 2018년은 한국 기업들이 '타이 스마일'을 경험하는 해로 기록되길 바란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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