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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美 제록스, 후지필름과의 합병 합의 파기 선언…칼 아이칸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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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사무기기업체 제록스가 일본 후지필름과의 합병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양사 합병을 추진했던 최고경영자(CEO) 등 이사진을 전격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합병을 저지해온 제록스 대주주 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투자자 진영이 결국 승리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제록스는 13일(이하 현지시각) 성명에서 "후지필름이 합의한 기한 내에 회계 감사를 제공하지 않았고 제출한 회계감사에서 '심각한 일탈(material deviations)'을 발견했다"며 제록스가 후지필름에 인수되기로 한 기존 합의를 파기한다고 밝혔다. 후지필름은 지난 1월 제록스를 61억 달러(6조5100억 원)에 인수키로 양측이 합의했다면서 제록스를 '후지 제록스'로 통합시켜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합병 발표가 나온 후 제록스 대주주이자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과 다윈 디슨은 인수 가격이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합병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실제로 아이칸과 디슨은 이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월 미국 뉴욕주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뉴욕주 대법원은 양사 합병 타결이 자기 자리 보존에 급급한 제프 제이컵슨 제록스 CEO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합병이 일시 중단되자 후지필름이 아이칸과 디슨의 불만을 잠재울만한 새로운 합병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양사합병을 추진했던 제이컵슨 제록스 CEO는 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제록스는 제이컵슨을 비롯한 6인 이사회를 전격 교체하고 아이칸, 디슨 측 인사들로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으로는 아이칸 엔터프라이스의 현 CEO인 케이스 코자가 내정됐으며, 존 비센틴이 신임 CEO로 임명될 예정이다. 아이칸은 제록스의 결정에 대해 "제록스가 마침내 경솔한 합병 계획을 끝낸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제록스의 새로운 시대가 오늘 시작됐다"고 전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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