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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기자수첩] 한국GM 한국시장 철저히 외면?…진정성 있는 모습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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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지엠(GM)이 14일 인천 부평에 위치한 본사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이날 한국GM은 2019년 흑자 전환 달성을 골자로 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벼랑끝에 섰던 한국GM이 극적인 협상으로 생존의 불씨를 살렸지만 이날 갑작스런 행사 취소는 국내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우선 이날 행사 취소는 비정규직 노동자 6여명이 기자회견장을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한국GM측은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행사장에 들어와 임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행사를 취소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규직 노조와 합의를 끝낸 상황이고 비정규직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정상화 계획 발표는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하는 한국GM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긴 쉽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6여명이 언론과 본사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임원들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협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또한 베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의 경우 미국과 해외에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방한일정을 잡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경영 정상화 계획 발표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게 했다. 비정규직 노조 측도 "약속된 자리에 회사 수뇌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회사 경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GM본사가 한국GM에 신규 투입하는 재원 36억달러(3조9000억원)가 유상증자가 아닌 새로운 차입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한국GM은 또 다시 GM 본사에 연 4~5%가량의 이자를 줘야 한다. GM 본사의 기존 차입금은 우선주로 전환되는 대신 높은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이 고비용 생산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 철수' 논란은 유예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될 경우 GM이 국내서 짐을 싸는것도 가능하다. 실제 정부와 산업은행은 GM과의 협상에서 GM의 한국 철수를 막을 '비토권'을 10년까지만 유효하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GM이 그동안 임단협 합의를 위해 공을 들인 것은 노동자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노조와 합의를 통해 GM본사와 한국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GM이 그동안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두루뭉술한 행동은 피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양성운 기자 ysw@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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