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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황폐한 지구의 대안, `미래 우주식민지`의 극한 직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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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구를 둘러싼 훌라후프형 우주식민지가 배경인 만화 `토성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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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의 사이언스&퓨처-10] 미래 우주 식민지의 최고 극한 직업은 무엇일까? 우주쓰레기 수거? 미개척 소행성 탐사? 나는 이와오카 히사에의 만화 '토성맨션'에 나오는 '창문닦이'가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토성맨션은 토성에 있는 맨션이 아니라 토성의 테처럼 지구를 둘러싼 훌라후프 모양의 우주 식민지를 말한다. 주인공은 이 우주 식민지의 외벽을 타면서 창문 닦는 일을 한다.

그런 일이라면 로봇을 쓰지 왜 사람이 직접 하겠느냐는 반문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 우주 식민지의 사정은 좀 복잡하다.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파괴돼 모두 떠나버리고는 하늘에 떠 있는 우주 식민지에 모여 살면서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구를 내려다보며 다시 돌아갈 날만 기다린다. 이 우주 식민지는 상·중·하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글자 그대로 상류층과 중류층 그리고 하류층들이 따로 모여 산다. 창문닦이는 바로 하류층들이 도맡아 하는 주요 생계 수단인 것이다. 적잖은 인구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 활동 시스템의 하부를 구성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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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에 등장하는 우주식민지 모습 /사진=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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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나 '엘리시움' 등 여러 SF영화에서는 미래의 지구가 갈수록 황폐해져서 거대한 슬럼이 되어 버리고 상류층들은 안락한 삶의 터전을 찾아 우주 식민지로 나갈 것이라 전망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달이나 화성처럼 다른 천체일 수도 있고, 지구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우주 식민지일 수도 있다. 다른 천체라면 행성 하나를 통째로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바꾸는 '테라포밍' 기술이 동원될 수도 있지만 최소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지구 상공에 우주 식민지가 먼저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 소개한 우주 식민지 '토성맨션'은 지구 표면에서 35㎞ 상공에 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사실 이 정도 높이면 '우주'라고 부르기엔 많이 못 미친다. 통상 우주라고 하면 최소한 80~100㎞ 이상 고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높이에서도 중력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 둘레를 공전해야 한다. 참고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지구 상공 400㎞에서 시속 2만8000㎞ 가까운 속도로 매일 지구를 15바퀴 이상 돌고 있다. 따라서 35㎞ 상공에서 지구를 둘러싼 훌라후프형 우주 식민지는 절묘한 역학적 균형을 유지하지 않는 이상 공전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를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외벽을 타고 다니며 창문을 닦는다니 얼마나 위험할까.

사실 '토성맨션'은 SF에 등장하는 우주 식민지들 중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 지구보다 훨씬 더 떨어져 있고, 형태나 규모도 다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우주 식민지 '쿠퍼스테이션'은 심지어 토성 가까이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렇게까지 멀리 있어야 할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 아마 작품 안에 등장하는 웜홀 입구가 토성 근처로 설정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 전체가 거대한 슬럼으로 퇴락하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인류는 장래에 우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지구인 1인당 누리게 되는 과학기술 서비스의 양과 질은 점점 증가할 것이고, 그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도 늘어날 것이다. 우주 진출은 지구 환경 보전과 좀 더 싼 에너지원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어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달에 풍부하게 있는 헬륨3를 채굴한다는 설정은 이미 영화 '더 문(Moon)'을 비롯한 여러 SF에 등장한 바 있다. 지금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우주 진출이 매우 비싼 분야지만, 최근 일론 머스크의 우주 발사체 제작회사 '스페이스X'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개발에 성공한 사실 등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장래에는 우주 진출 비용이 점점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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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 우주식민지의 세밀한 과학적 묘사로 유명한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 /사진=아작


그렇다면 우주 식민지가 실제로 건설되면 어떤 모양일까? 이제까지 나온 청사진들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크게 보아 도넛형 아니면 원통형이다. 모두 스스로 자전하면서 인공중력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내부에 산과 들, 강 등 자연환경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도 같다. 아서 클라크의 장편소설 '라마와의 랑데부'는 이런 우주 식민지 모습을 과학적으로 가장 잘 묘사한 하드SF의 걸작으로 꼽힌다. 길이 54㎞, 지름 20㎞의 드럼통 모양 인공 구조물이 태양계 밖에서 지구를 향해 날아온다는 이야기로, 그 안에 들어간 탐사대원들은 인공 태양과 바다, 도시와 들판, 그리고 상공에 구름까지 발생하는 하나의 작은 세계를 목격하게 된다. 비록 허구의 외계 존재가 만든 우주 식민지이지만 장래에 인류가 실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우주 식민지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 까마득한 미래에 우주공학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놀라운 구조물로 '링월드'라는 것이 있다. 지구 상공에 띄우는 정도의 작은 규모가 아니라 태양 둘레를 빙 둘러싼 반지 모양의 초거대 구조물이다. SF 작가 래리 니븐이 1970년에 발표한 소설 제목으로도 유명한 이 우주공학적 상상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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