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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꿀맛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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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뉴스 편집 손 떼는 네이버의 변화…

검색어 기사에 열 올린 언론 ‘자기반성 없음’ 돌아본 하어영 기자의 고백


한겨레21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를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으로 치르려 한다. 4월25일 김성태 원내대표 등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기도 성남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굳게 입을 다문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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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 치르려 한다. 4월25일 김성태 원내대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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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으로 기억합니다. 한 후배의 손에 끌려 학교 내 컴퓨터(PC)실을 찾았습니다. ‘이메일’이라는 게 있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휴대전화 문자 비용을 떠올리며 “공짜야?”라고 물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버스비도 아끼던 복학생 시절, 누군가에게 공짜로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신통방통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더 고마운 건 뉴스 서비스였습니다. ‘신문을 공짜로 볼 수 있다니….’ 과방에서 신문 쟁탈전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고백을 해야겠습니다. ‘취직하면 <한겨레> 신문을 정기구독 해야겠다.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한겨레21>도.’ 이 생각을 접은 것은 바로 그즈음입니다. 네이버만으로도 뉴스는 충만한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한겨레21>은 10만부 발행 목표로 들썩였다는데, ‘미래 독자’(기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독자)는 공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때는 공짜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고마움과 충만함은 계속됐습니다. 미니홈피가 왠지 부담스러워 혼자만의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음악을 링크했습니다. 녹색 창 ‘네이버’에 새 세계가 열렸습니다. 이것도 다 공짜였습니다(이게 함정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기뻤습니다.

어머니가 말했다 “네 기사 네이버에서 봤다”

세월의 더께가 쌓인 고마움, 충만함, 기쁨…. 2005년 10월 기자가 된 이후, 한 번도 되돌아보지 못한 감정입니다. 변한 건 기자 된 것 하나인데, 완전히 다른 감정 속에 살아온 것입니다. 그즈음일 것입니다. “네 기사 네이버에서 봤다”는 어머니의 말에 “한겨레 사이트에서 보라니까”라며 툴툴댔습니다. 윤똑똑이(자기만 잘나고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기자 아들은 세상물정을 몰랐던 것입니다.

20년 넘은 기억을 불러낸 것은 5월9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고 나서입니다. 가을이 오면, 각자의 휴대전화에서 네이버는 검색창만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또 있습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뒤로 물렸습니다. 댓글 달기와 배열 순서도 언론사가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기성 언론은 네이버의 변화를 평가하기에 여념 없습니다.

“언론사 기사를 네이버 내부에서 보게 하는 인링크 방식과 댓글 달기를 유지하기로 해 네이버의 과도한 영향력과 여론 조작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조선일보> 5월10일치)

“완전한 아웃링크(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정보를 클릭하면 해당 정보를 제공한 본래 사이트로 이동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 전환과 댓글 배열 조작 방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겨레> 5월10일치)

우선 무슨 말인지 어렵습니다. 칭찬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신기한 것은 네이버를 앞에 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지적이 나온다’는 공통된 표현은 우연일까요. 그렇다면 지적은 누구의 지적을 말하는 것일까요. 어디서 나오는 지적일까요. 행여 셀프 지적 아닐까요.

10만 클릭에 월 1천만원 광고 수익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지적한 아웃링크 문제부터 따져봅니다. 독자들에게는 낯선 용어일 수 있는 포털과 언론사 간 아웃링크 제도의 시작은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침 기자도 정보기술(IT) 담당으로 네이버를 출입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네이버 페이지의 중앙에 뉴스 박스를 위치시킨 게 그때입니다. 뉴스 서비스 꼴을 갖춘 것입니다. 당시 메인 페이지 뉴스는 네이버에서 선택한 뒤 배열했습니다.

아웃링크는 ‘키워드 검색’ 뒤의 기사와 관련된 것입니다. 이용자는 검색창에서 찾는 내용을 검색한 뒤 나열된 기사를 골라 클릭합니다. 그리고 해당 언론사 사이트에 들어가 내용을 읽습니다. 한동안 인터넷 포털의 원칙 가운데 하나였던 ‘키워드 검색 아웃링크제’입니다. 효과는 컸습니다. 언론사에 트래픽이라는 선물을 줬고, 광고 수익과 직결됐습니다. 언론사가 조회 수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돈이 얼마나 되느냐고요? 일일 순방문자 수 기준으로 10만 클릭이 나오면 월 1천만원 안팎의 광고 수익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언론사들이 검색어 기사를 노출하면 20만~30만 클릭을 보장받으니 월평균 2천만~3천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입니다. 언론사별로 팀이 구성되는 등 매체별 어뷰징(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을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인기검색어를 올리기 위해 클릭 수를 조작하는 행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때입니다. 키워드 검색에서 ‘걸리면’ 그것은 수익과 직결되니 사기업인 언론사로서는 당연한 처사라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독자 편에서 언론사의 처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을지는 의문입니다).

어뷰징은 간단합니다. 실시간으로 순위가 뒤바뀌는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주시합니다. 인기 검색어가 새롭게 등장하면 기사를 작성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같은 기사를 포털에 수차례 전송합니다. 최신 기사로 검색 결과 상단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어를 바꾸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등의 작업도 합니다. 아웃링크를 이런 방식으로 이용한 게 바로 언론입니다.

10여 년 동안 어뷰징은 계속됐습니다. <조선일보>가 ‘아웃링크 확대 → 언론사 트래픽(서버에 전송되는 모든 통신, 데이터의 양) 증가 → 언론사 양질 콘텐츠 투자 증가 → 언론사 매출 급증·콘텐츠 질 향상 → 포털과 언론사의 상생 확립’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전망하고 동시에 ‘아웃링크 확대 → 낚시성 콘텐츠 증가 → 언론사 콘텐츠 질 저하’라는 암울함을 그린 것이 2007년입니다. 선순환 구조를 이루지 못하면 뉴스 이용자의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결론에 언론계 대부분이 공감했습니다. 답이 정해진 듯했지만 어뷰징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2009년 메인 페이지의 뉴스박스에 언론사별 뉴스가 자리잡고, 기사들은 모두 아웃링크로 각 언론사로 연결되는 ‘뉴스캐스트’(뉴스 편집권을 언론에 넘기는 방식)가 등장합니다. 2013년 메인 페이지의 뉴스박스에서 언론사 제호를 선택하면 언론사 누리집의 실시간 뉴스 편집 화면이 나타나 원하는 기사를 선택하는 ‘뉴스 스탠드’ 방식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모두 포털의 여론 왜곡이라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개선안입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아까운 기사였다

한겨레21

1월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연제욱’을 언급했다. 진행자 김어준씨가 거들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등장했다. 뒤이어 어뷰징 기사가 쏟아졌다. 네이버 데이터 랩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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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을 언급했다. 진행자 김어준씨가 거들자, 실시간 급상

승 검색어로 등장했다. 뒤이어 어뷰징 기사가 쏟아졌다. 네이버 데이터 랩 누리집 갈무리'>

어뷰징은 계속됩니다. 수익보다 그 행위 자체에 중독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합니다. 그사이 (어뷰징으로) 언론사 방문자 수가 늘었지만, 낚시성 기사를 본 독자는 해당 사이트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언론으로서는 가장 핵심적인 영향력 수치인 열독률(전체 조사 대상 중 최소한 5분 이상 특정 신문을 본 비율)이 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당연지사였습니다.

네이버 비판을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저널리즘 원칙을 세우려 했다면 해서는 안 될 일이 분명합니다. 남 탓 하기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돌아보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반성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빠진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 이용자(독자)입니다. 언론의 네이버 비판이 100% 독자를 위한 것이냐는 의문에 답해야 합니다. 기자가 스스로 묻습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한글을 배워 뉴스를 본다고 할 때 과연 언론사 사이트를 찾아보라고 할 것인가. 쉽게 답하기 힘듭니다. 수백% 수익을 보장한다는 사행성 광고가 쉽게 눈에 띕니다. 다이어트 광고는 얌전한 편입니다.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며 정력제나 성기능 보조기구를 판매하는 광고가 즐비합니다. 답은 쉽게 나옵니다. 아웃링크를 전면 시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아웃링크가 전면 시행된다면, 그 광고들은 사라질까요, 늘어날까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꿀맛, 어뷰징의 당사자가 돼본 경험을 고백할 차례입니다. 자신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기사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은 기자라면 다 같을 것입니다. 제1196호 이슈추적 ‘복잡한 UAE 함수 실마리는 연제욱?’은 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선거 개입 등을 주도한 연 전 사령관 이야기입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아까운 기사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생방송 중 무심코 “네이버에선 연제욱이라는 이름으로 연 사령관이 인물 검색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말을 던졌고,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1월17일 오전 9시가 넘어 연제욱이라는 이름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오릅니다(청취자들이 검색을 해봤기 때문인지 그 과정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20분 뒤 첫 기사가 등장합니다. 10위권에 머무는 동안 연이어 기사가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뉴스의 생산·소비가 검색어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경험한 셈입니다.

네이버의 이례적인 두 차례 개선안

네이버가 개선안을 내놓기 시작한 상황에 대해 한마디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이 ‘국정원 댓글 사건-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경찰 댓글 의혹’ 등을 이어오는 동안 네이버는 미동도 없었습니다. 근래에 시끄러웠던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여론 조작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곧바로 댓글 개선안을 내놓은 것과 대비됩니다. 법원에서 실형까지 확정된 국가권력기관의 여론 조작과 민간의 여론 조작(의혹) 사건이 어떤 경중을 가지는지 따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례적으로 개선안을 두 차례 내놓았습니다.

이 정도면 어느 누구도 솔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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