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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공매도 폭증' 삼성전자...단기 하락에 베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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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거래대금 중 공매도 비중 26% 차지...액면분할 직전의 17배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특정 종목의 하락을 예측하고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고 나중에 되사서 갚는 거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중장기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증권가 시각과는 달리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내릴 것이라는 베팅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삼성전자 전체 거래대금(5337억원) 중 공매도 비중이 25.59%로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1367억원, 공매도 수량은 264만549주를 기록했다. 액면분할 직전일(4월 27일) 공매도 비중이었던 1.48%의 17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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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때 사용하는 투자 기법으로 주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거래다. 공매도 주체는 대개 연기금이나 대차(貸借) 거래가 가능한 기관·외국인 등이다. 액면분할로 5만원대 국민주로 돌아온 삼성전자에 개인 매수세가 집중 유입된 것과는 달리 기관·외국인의 상당수가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1일 삼성전자 종가는 5만1300원으로 50대1 액면분할 이후 재상장일인 4일 시초가 5만3000원보다 3.2% 떨어졌다. 14일 오후 1시16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대비 1400원(2.73%) 빠진 4만9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액면분할 이후 재상장일로부터 일주일(5월 4~11일)동안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4115억원에 달했다. 이는 액면분할 직전 일주일(4월 23~27일·1479억원) 공매도 거래대금보다 178%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공매도 선행지표인 대차거래잔고로 봐도 압도적인 1위 종목이다. 11일 기준 삼성전자의 대차거래잔고는 5조7737억원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가장 컸다. 대차거래는 투자자들이 공매도 등을 목적으로 기관에서 수수료를 내고 주식을 빌리는 것으로, 잔고는 주식을 빌린 후 갚지 않은 물량이다. 대차 잔고가 늘어나면 주식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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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전후 일주일 간 공매도 거래 추이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이 반도체 업황 호조 등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좋아지는 이른바 ‘상저하고'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예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한 것에 대해 대략 두가지의 분석이 제기된다.

첫번째는 액면분할 주가 부양 효력이 다한 틈을 타서 단기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것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호재성 이벤트였던 액면분할이 끝났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거래정지 직전에 국내외 기술주가 하락했었는데, 다른 주식들이 빠질 때 안 빠졌던 것이 이제서야 반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번째는 외국인 등이 대장주인 삼성전자 공매도를 통해 한국 증시 하락에 베팅했다는 것이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워낙 변수가 많은 주식이라서 이번 공매도 급증은 단일 기업의 실적 차원이 아닌 한국 증시 전체에 대한 베팅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정지기간 동안 증시에서 순환매가 이뤄지면서 남북경협주로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ETF 등과 같은 간접 상품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조정되는 효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급상으로는 50대 1 액면분할에 따른 주식수 증가로 대차가 수월해져 공매도가 몰렸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4~11일 전체 거래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3% 안팎으로 지난달말(20~30일) 평균 7%대보다 감소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액면분할 이후 개인투자자가 늘었고, 개인 중 일부는 대차 이익 목적으로 주식을 공매도 투자자에 빌려줬을 수 있다”면서 “수량 증가로 인해 대차가 수월해지고, 이 때문에 공매도가 늘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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