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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하다하다 이젠 상표권 갑질…"프랜차이즈 오너, 부당이득 그만 취하시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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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죽·원할머니보쌈 대표 '상표권 부당이득' 기소
개인 명의 상표권 등록 후 수수료 챙겨…관리는 법인 몫
네네치킨·설빙·호식이' 오너도 '상표권 장사'…사금고 논란
아시아경제

대한민국이 갑질 논란으로 뜨거운 가운데 '갑질 산업'으로 낙인 찍힌 프랜차이업계가 정부의 '생활형 적폐 청산' 돌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근절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기사와는 상관없음)/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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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갑질 산업'으로 낙인이 찍힌 100조원 규모의 프랜차이즈. 물품 강매, 허위 정보 제공, 과도한 유통마진, 통행세, 광고비·물류비 떠넘기기 등의 수많은 갑질을 일삼은 '갑질 천국'의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상표권 부당 이득' 갑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프랜차이즈 상표권을 오너일가가 보유한 것에 대해 사익추구 행위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오너일가의 소유 법인 상표권 등록이 산업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분위기이지만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표권 사용에 대한 로열티 '돈'은 오너일가가 챙기고 '상표권 관리 비용 등 '의무'는 법인이 지는 등 고질적인 폐단이 이어지고 있는 것. 상표권 장사를 목적으로 법인의 상표를 오너 개인 명의로 등록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결국 '오너일가 사금고' 논란으로 어질 수 밖에 없고, 애꿎은 가맹점들만 피해를 보는 '갑질'이란 비난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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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지영)는 지난달 30일 김철호 본아이에프(브랜드명 본죽) 대표와 최복이 본사랑 이사장, 박천희 원앤원(브랜드명 원할머니보쌈)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대표 개인의 명의로 상표권을 등록한 이후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에서 가맹 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한 상표는 회사 명의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개인 명의로 등록해서 수수료를 챙겼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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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함께 고발된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란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나 정황 등을 고려해 바로 기소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김 대표에 대해서는 상표 등록 이후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은 점, 사건이 불거진 이후 상표권을 회사 명의로 되돌려 놓은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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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 등은 2006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가맹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상표를 회사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등록하고, 상표사용료 등 명목으로 총 28억 2935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이사장은 2014년 11월 특별위로금 명목으로 회사자금 50억원을 지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부분을 추가로 인지해 혐의에 포함시켰다. 박 대표의 경우 2009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5개 상표를 회사 명의가 아닌 자신이 설립한 또 다른 회사의 명의로 등록하고, 상표사용료 21억3543만원을 받은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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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소는 그동안 가맹사업 브랜드를 대표 개인 명의 상표권으로 등록해서 사용해 온 관행을 업무상 배임죄로 의율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표권 부당 이득 갑질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상표권을 보유한 기업은 사용권 명목으로 계열회사나 상표권 사용 주체(예를 들어 가맹점주)로부터 로열티 등의 수수료를 받고 상표권 보유 기업은 상표권 광고와 관리 등에 대해 비용을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특히 중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을 중심으로 오너일가가 소유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들 업체들이 대표 개인이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해도 '오너일가 사금고'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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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깐부치킨 상표권은 김승일 대표가 소유하고 있다. 깐부가 사용하고 있는 상표권은 김 대표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 치킨매니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치킨매니아의 이길영 대표 역시 다수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 이 두 회사가 가맹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상표권 지급수수료는 매년 10억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설빙의 상표권 역시 정선희 대표 개인 소유다. 총 15개의 상표권이 정 대표의 명의로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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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치킨의 상표권 출원인도 현철호 대표로 등록돼 있다. 오너리스크를 껵고 있는 호식이두마리치킨도 최호식 전 회장이 상표 출원인에 이름을 올렸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매년 가맹점에서 수억원의 돈이 오너일가에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과 관련해 개인이 돈을 받은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상표권 장사를 한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대표 개인 명의로 등록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표준계약서에도 '가맹본부는 가맹사업자에게 사용하는 영업표지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검찰 고발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는 본아이에프와 원앤원 등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관련 법규정이 개인의 사유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현재 상표법 제3조 2항은 "상품을 생산·제조·가공 또는 판매하는 것 등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나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은 자기의 단체표장을 등록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법인과 개인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는 게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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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같은 상표권 부당 이득 이외에도 다양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이어 검찰까지 생활형 적폐 청산에 속도를 내면서 프랜차이즈 관련 조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업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잇따른 불공정ㆍ갑질행위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경제분야 적폐 1호로 지목돼 왔다. MP그룹을 비롯해 바르다김선생, 피자헛,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많은 유명 프랜차이즈 오너들이 지난해 검찰 및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구속기소됐다. 업계는 '프랜차이즈=갑질의 원흉'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청와대가 청산하겠다고 밝힌 '생활적폐' 1호 기업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가 갑질산업으로 낙인이 찍힌 상황이기 때문에 생활적폐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공정위가 갑을개혁의 일환으로 프랜차이즈 전반의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본부-가맹점 간 교섭력이 높지 않은 점도 첫 타깃이 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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