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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엄마의 뇌 속에 아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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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명희] Q. 취업모에게 육아는 전쟁이에요. 잠이 덜 깬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저도 눈물을 삼키며 출근합니다. 남편과 부모님이 간간이 도움을 주시지만 전적으로 엄마의 몫인 것 같아요. 특히 엄마들 모임에 들어가지 못하면 정보도 얻지 못하고 아이 친구도 만들어주기 어렵다는데 어떤 엄마가 되어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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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발표에 의하면 어머니가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 214분인데 반해 아버지는 62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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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발표에 의하면 어머니가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 214분인데 반해 아버지는 62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베이비뉴스◇ 독박육아의 몫

'독박육아’라는 말이 있다. 화투에서 먼저 점수를 내서 고(go)를 부른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몫까지 물어야 할 때를 독박이라고 한다. 그 어이없는 경우에 육아를 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그러므로 독박육아란 한 사람이 먼저 고를 부르고 슬쩍 물러나는 바람에 둘 사이에서 공평한 몫으로 태어난 아이 키우는 일을 한 사람이 뒤집어쓰게 된 경우이다. 주로 엄마들 입장에서 많이 쓰는 용어이다. 아버지가 독박육아를 부르짖을 만큼 우리 사회가 진화하지는 못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나 다니지 않는 엄마나 아이를 키우는 일이 스트레스라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7년 1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발표에 의하면 어머니가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 214분인데 반해 아버지는 62분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집에서 아버지가 먼저 고를 부른 게 분명하다는 증거이다. 요즘 젊은 아버지들의 육아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엄마대세론이 지배적이다. 자식을 잘 키우면 성공한 여성이고 자식을 잘 키우지 못하면 실패한 여성이라는 불편한 인식이 여전히 있다.

◇ 독박육아의 역사

서양의 역사에서 보면 어머니 독박육아는 근대 이후 19세기부터 시작된다. 농경사회에서 한 집안에 자녀가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노동력이 생긴 것이었다. 자녀에게 있어서 성장기란 전적으로 직업훈련자인 아버지로부터 계급에 맞는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었다. 그 시대의 아동관에 대한 자료들을 보면 유능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 지금 시대로 보면 아동학대라고 여겨질 정도이다. 그 당시의 훈육서에는 등 근육이 반듯해지게 하려고 아이를 나무막대에 몇 시간 동안 묶어놓기도 했으며 나약하게 키우지 않기 위해 아무리 울어도 반응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후 아버지의 직업이 집 밖으로 이동하고 출퇴근의 직업문화가 생기면서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어머니에게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루소, 페스탈로찌와 같은 아동중심 철학자들이 어머니의 교육적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시점이다. 근대이후 오늘날까지 어머니들은 자식을 잘 먹이고 잘 가르쳐서 좋은 학교에 보내고 좋은 직업을 갖게 함으로써 아버지의 사회적 성공을 대물림시킬 수 있어야했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많은 심리학자와 교육자들이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실험하고 연구한 결과를 강요했으며 여성들은 위대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기꺼이 독박을 자처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자식들에 대한 희생으로 보자면 모든 어머니들이 말할 수 없이 위대하였다.

◇ 엄마들의 집단에서 발생하는 양육문화

최근에 산업구조와 삶의 가치가 바뀌면서 아빠 육아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시점에서도 엄마의 양육주도성이 훨씬 더 높다. 엄마들은 하나 둘 밖에 되지 않는 내 자식을 어떻게든 최고로 키우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다. 남들이 하는 만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 보다 더 잘 해야겠다고 한다. 어릴 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엄마가 되어서도 경쟁심이 대단하다.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자모회를 연다고 하는 것이 우스갯소리 같은 진실이다. 같은 수준의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아기들끼리 인맥을 만들어주려고 같은 이유식을 먹이고 같은 문화센터를 보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자녀를 키우는 철학과 방식에 대한 경향을 문화라고 부른다면 양육문화는 이와 같이 엄마들의 동료집단으로부터 형성된다. 요즘 엄마들은 어떤 엄마가 되어야하는지,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심리학자로부터 배우기보다는 엄마들끼리 주고받는 경험과 정보에서 배운다. 문화센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 또는 SNS를 통해 양육문화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공기와 같이 아기들이 자라는 모든 집안으로 스며든다. 아기들은 엄마집단이 만든 공기를 마시고 자란다. 이 시대의 엄마들이 공유하는 양육문화가 다음 시대의 사회적 가치와 문화가 된 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어머니들은 정말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머니들은 위대한 즉,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

◇ 뛰어나고 훌륭한 엄마

요즘시대의 엄마들은 독박육아에다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육아 때문에 옛날 가난했던 엄마들보다 더 숨가쁘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도 정신이 혼미하다고 한다. 엄마모임에서 듣고 온 학원에 보내야하고 SNS에서 들끓는 각종 정보도 실현해야 한다. 옛날처럼 한 엄마가 여덟 아이쯤 키워야 빅데이터가 형성될 텐데 모두들 한 아이로 전전긍긍하니 정보는 넘쳐나도 누구하나 맘 편하게 믿을만한 정보가 없다. 사방으로 종횡무진 달리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아, 잠시 숨을 가다듬어 보자. 심호흡을 하고 잠깐 멍이라도 때려보자. 나는 어떤 엄마인가. 어떤 엄마이어야 하는가하고 돌아보자. 본래 엄마들은 자식에 관한 한 이성을 찾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엄마의 뇌 속에서 아이의 세포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임신기간 중 태반을 넘어 서로 혈액과 호흡을 주고받으며 엄마의 몸속으로 넘어온 아이의 세포가 엄마의 뇌 속에서 살아있다고 한다. 엄마가 자식에 대해서는 때로 도를 넘을 만큼 비이성적인 것은 그래서였나보다. 그러니 내달리지 말고 가끔은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스려야한다. 뛰어나고 훌륭한, 위대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엄마는 다음 시대를 내다볼 수 있는 엄마다.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도래할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는 엄마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30년 후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어떤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를 길어주어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성공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재촉하는 엄마가 아니라 행복해야 그게 진짜 성공한 인생이라고 가르쳐주는 엄마여야 한다. 미래학자들의 예견을 살짝 알려주자면 미래사회는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엄마들끼리의 모임에서도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자고 쑥덕거리지 말고 타인을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아이로 키우려면 우리가 먼저 어때야하는지를 의논하는 양육문화를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최근 화제가 되는 어느 재벌가의 뉴스를 보면 엄마가 자녀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열쇠를 가진 사람이 맞긴 하지 않는가.

*칼럼니스트 최명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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