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0 (목)

볼턴 “북핵 美 테네시로 반출…”美 ‘리비아식 핵폐기’ 구체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북핵 폐기 방법론의 윤곽이 드러났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일제히 북한의 ‘핵반출’을 언급하며 북한 내 핵물질 해체가 아닌 ‘핵시설ㆍ물질 이전’을 통한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모두 해체해 미국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주장해 북한판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볼턴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해체해 미국으로 이송해야 하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역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까지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비핵화 결정을 이행한다는 건 모든 핵무기를 처분하고 해체해 (미국) 테네시에 있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로) 가져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 핵무기가 옮겨질 곳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이다. ▶관련기사 4면



북한 핵무기의 해체 작업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도 있겠지만 실제적 핵무기 해제는 미국이 다른 이들의 보조와 함께 맡을 거라고 생각한다. IAEA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이 미 백악관의 핵시설 특별사찰과 핵무기 해체 및 핵 반출 요구를 어떻게, 어떤 수위에서 수용하느냐가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에 정통한 소식통은 “2~3년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성사시키려면 핵반출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프랑스와 영국 등 제3국으로의 반출을 추진한 1992년 ‘카자흐스탄 모델’과 미국으로 반출한 ‘리비아 모델’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북미가 군사적 적대관계를 보였던 만큼 북한은 미국에 핵무기를 반출하는 것을 꺼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외교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제3국에 핵무기를 반출하는 방법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해왔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국방부에 핵보유 5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프랑스에 핵무기를 반출하는 것을 핵폐기 방법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북미가 제3국에 핵무기를 반출한다면 영국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북한에 대해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와 함께 P5(핵보유 5개국)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은 2000년 북한과 수교했다.

북한이 오는 23~25일 사이 진행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취재단에 특수관계에 있는 우리정부와 미국, 중국, 러시아 외에 영국을 포함시킨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영국의 최근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가능성을 제시한다.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드레아 톰슨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14~18일(현지시간) 일정으로 영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마침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오스트리아 소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영국을 방문할 예정인 정연두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의 일정과 겹친다. 정 단장은 14~15일 IAEA를 방문해 IAEA측 북핵문제 담당인사들과 면담한다. 이후 16~17일 영국을 방문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양국간 협력방안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추진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