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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비리 건설사ㆍ갑질 프랜차이즈 '생활적폐 1호' 타깃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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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비리 적폐 명시에 건설업계 “일단 소나기 피하자” 몸사려
통행세 걷는 프랜차이즈 본부도 ‘갑질기업’ 낙인데 바짝 긴장

아시아경제

▲재건축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사진: 네이버 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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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ㆍ이선애 기자] 청와대에 이어 검찰까지 생활형 적폐 청산에 속도를 내면서 재계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지목한 생활적폐 청산 분야는 이미 검경이 지난해부터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수사나 단속을 하고 있던 사안이다. 재계는 청와대의 이번 발표로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수사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생활밀착형 비리로 꼽히는 재개발ㆍ재건축과 프랜차이즈 관련 조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숨죽인 건설사들= 청와대가 생활적폐 대상으로 재개발ㆍ재건축 비리를 지목한 것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리나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를 전면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서울 강남지역 일부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개발이익 보증금이나 이사비 등의 명목으로 이익 제공을 제시해 국토부가 제재에 나선 바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가구당 이사비 1000만원 지원을 제안한 것이다.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시공사 입찰에서도 롯데건설이 ‘이익 보증금’ 명목으로 개발이익금 중 일부를 조합원에게 가구당 3000만원씩 선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ㆍ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에서도 '건설사의 입찰서 작성 시 이사비 등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익 제공이 재건축ㆍ재개발조합의 요구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재건축ㆍ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이 같은 이익 제공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고 조합 입장에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규정 위반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직접 생활적폐 청산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 건설사뿐 아니라 재건축ㆍ재개발조합도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감안해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재건축조합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부터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담금에 맞춰 개발이익을 줄이거나 반대로 비용을 늘리는 식이다. 이를 위해 1 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늘어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분위기다. 정부가 재건축 비리를 적폐로 명시한 만큼 시범케이스로 걸릴 경우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재건축조합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고 조합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라며 "당분간은 가능한 튀지 않고 정부 기준을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갑질, 1호 타깃 될까= 프랜차이즈업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잇따른 불공정ㆍ갑질행위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경제분야 적폐 1호로 지목돼 왔다. MP그룹을 비롯해 바르다김선생, 피자헛,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많은 유명 프랜차이즈 오너들이 지난해 검찰 및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구속기소됐다. 업계는 '프랜차이즈=갑질의 원흉'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청와대가 청산하겠다고 밝힌 '생활적폐' 1호 기업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99조618억원에 달한다. 성장세를 감안할 때 지난해에는 1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1979년 서울 소공동에 롯데리아가 1호점을 출범한 이후 물류 시스템 일원화, 로열티 기반 수익 구조는 프랜차이즈의 형태로 안착됐다. 이는 브랜드 성장과정에서 여러가지 병폐를 낳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갈등을 야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통행세와 물품 강매, 가맹점에 광고비ㆍ물류비 떠넘기기 등이다.

특히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품목의 유통마진을 너무 많이 남긴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이에 과도한 유통마진을 챙기고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타깃으로 한 전방위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비싸게 물품을 강매하는 것 역시 대표적인 갑질 유형 중 하나다. 물품 강매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르다김선생같은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가맹점이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본부에서 공급하는 원자재 가격을 더 저렴하게 하는 소싱 능력 강화도 집중 요구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체불명의 회사가 중간에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통행세'와 오너일가가 상표권을 개인으로 등록해 가맹점주들로부터 사용료를 챙기는 병폐도 생활적폐 청산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가 갑질산업으로 낙인이 찍힌 상황이기 때문에 생활적폐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공정위가 갑을개혁의 일환으로 프랜차이즈 전반의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본부-가맹점 간 교섭력이 높지 않은 점도 첫 타깃이 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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