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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한국형 츠타야 열풍 ‘책방의 부활’ 요즘 ‘핫플’엔 서점이 필수 ‘있어빌리티’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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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서점 츠타야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안한다는 의미로 ‘문화 기획사’라 불린다. 출판왕국 일본에서도 서점은 좀처럼 불황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지만, 츠타야만은 확장 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2012년 일본 서점업계 전통의 거인 기노쿠니야를 누르고 판매고 1위에 올랐는가 하면 회원 숫자만 일본 인구의 절반이 넘는 7000만명에 육박한다.

한국에서도 츠타야를 꿈꾸는 새로운 모델이 하나둘 생겨나는 분위기다. 서점 대신 ‘책방’ ‘라이브러리’ ‘북카페’를 표방하는 문화 게릴라들이 ‘책방의 부활’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13m에 달하는 초대형 서가가 랜드마크로 떠오르며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개장 이후 최근 10개월 동안 17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별마당 도서관이 들어선 이후 코엑스 상권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쇼핑몰뿐이랴. 단순 집객을 넘어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책방을 활용하는 기업도 속속 생겨났다.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판매하는 이색 동네 책방들도 입소문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책방을 활용한 ‘라이브러리 마케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위)는 영화 관련 서적을 배치하고 감독, 배우 등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를 여는 등 영화 전문 도서관으로 조성됐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아래)는 요리를 직접 맛보고 만들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제공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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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열고 술 팔고…이색책방 ‘봇물’

▷책방 주인 골라준 책 읽으며 토론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최인아책방’. 전 제일기획 부사장을 역임한 카피라이터 출신 최인아 대표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최인아책방의 월간계획표를 들여다보면 ‘이게 과연 책방이 맞나’ 싶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사 초청 강연과 클래식 콘서트가 개최되는가 하면 심지어 동네 주민 파티까지 열린다. 최인아책방에 있는 책은 모두 최 대표가 직접 큐레이션했다. 본인이 고른 책과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 1600권을 더해 총 6000여권의 책이 마련돼 있다.

도서 분류도 묘하다. 소설·인문·역사·예술 등 익숙한 팻말 대신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스트레스, 무기력, 번아웃(Burn out)이라 느낄 때’ 같은 문장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올 1월부터 시작한 북클럽 서비스는 그야말로 큐레이션 ‘끝판왕’이다. 최 대표가 신간 도서 중 직접 한 권을 골라 멤버들 집에 배송한다. 책을 받아 읽은 멤버는 월 1회 최인아책방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에서 토론을 할 기회도 주어진다. 북클럽은 유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론칭 4개월 만에 멤버 수 400명을 넘어설 만큼 반응이 뜨겁다.

동네 책방이 진화하고 있다. 책방 주인이 직접 책 추천에 나서고, 북토크 등 각종 행사가 열리는가 하면 책을 읽으며 술을 즐길 수도 있다.

주인이 손님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진열하는 ‘북 큐레이션’으로 관심을 모으는 책방은 최인아책방 외에도 많다.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가 직접 운영하는 ‘당인리책발전소’, 유희경 시인이 차린 시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도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소영 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신간에 오히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책방 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소수의 책을 큐레이션하는 서점이 인기를 끄는 지점도 여기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뚜렷한 콘셉트로 시선을 사로잡은 서점도 다수다. ‘땡스북스’는 현직 디자이너인 책방 주인이 직접 만든 출판물을 파는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에서는 고양이 관련 서적 판매는 물론 고양이 사진 잘 찍기·고양이 그림 그리기 등 세미나도 연다. 이 밖에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바’, 재즈가 흘러나오는 음악 전문 서점 ‘라이너노트’ 등이 인기다.

최근 자그마한 동네 책방이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역시 ‘차별화’다. 기존 서점에서 해볼 수 없었던 신선한 체험과 책방 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이색 도서들이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해준다는 것이다. 정인성 책바 대표는 “다양한 독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최근 책방이 문화복합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책바는 단순히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술들을 팔며 흥미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책방 주인이 셀럽화되는 현상도 포착된다. 유료 독서모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셀럽이 책방 주인, 또 책방 주인이 셀럽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책방 주인이 직접 큐레이션을 하는 등 전면에 나설 뿐 아니라 소비자와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면서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최근 책방에 쏟아지는 관심이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인아 대표는 “대기업과 소규모 북카페를 막론하고 단순히 모객과 디자인 수단으로서 책을 소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책방의 본질은 결국 독서와 책 구매다. 무엇이든 본질에 집중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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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난티코브 북카페 ‘이터널저니’는 여유로운 책장 구성과 좌석 배치, 독특한 책장 분류 등 기존 서점과의 차별화를 통해 신개념 휴식 공간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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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특성 살린 ‘맞춤형 책방’

▷극장은 영화 전문 책방, 호텔은 ‘북카페’

‘책방의 부활’을 이끄는 책방들이 소규모 개인 책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조트 업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아난티가 선보인 ‘이터널저니’는 대표적인 기업형 츠타야식 책방이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부산 아난티코브 북카페 이터널저니에 들어서면 책과 사람 모두 북적이는 여느 서점과 달리 여유가 느껴진다. 1650㎡(약 500평) 널찍한 공간에 배치된 책 수는 2만권을 밑돈다. 같은 규모 기존 서점에 비치된 평균 도서 수(약 3만5000권) 절반 수준이다. 대신 책 사이사이를 떨어트려 쉽게 꺼내 읽고 표지도 잘 보이도록 진열했다. 150여개 좌석을 배치해 앉을 공간도 넉넉하다. 책장 구성도 기존 서점과 다르다. 바다·환경·작업실 등 디테일한 주제별 분류로 흥미를 유발한다. 분류가 ‘핑크’인 책장은 아예 표지가 분홍색인 책만 모아놨다.

이터널저니는 아난티코브의 복합 쇼핑 공간 ‘아난티타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공간이다. 워낙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기존 사무 공간을 합쳐 덩치를 더 키울 예정이다. 이터널저니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아난티 측은 오는 7월 경남 남해의 ‘아난티남해’에도 이터널저니 개장을 준비 중이다.

기업들은 책방을 활용한 ‘라이브러리 마케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본업 특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맞춤형 책방’을 꾸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CGV 명동점은 극장 내 가장 큰 상영관을 통째로 도서관으로 개조했다.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 ‘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다. 영화 시나리오나 감독 이론 등 전문 서적은 물론 영화 원작 소설과 만화, 예술 서적까지 총망라했다. 영화 전문 도서관답게 정면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책상과 의자도 스크린 방향으로 통일해 영화관 좌석을 연상시킨다.

현대자동차 쇼룸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는 자동차 전문 도서관을 만나볼 수 있다. 쇼룸 한 층을 통째로 활용해 자동차 관련 서적들을 갖춘 테마 도서관으로 조성했다. 자동차 역사에서부터 기술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의 자동차 서적 3500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3년 문을 연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트래블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까지 총 4개 라이브러리를 운영한다. 연평균 60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을 만큼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책만 마련한 게 아니라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는 게 포인트. 지난해 개관한 쿠킹 라이브러리 구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베이커리에서는 음식을 먹고 오픈 키친에서는 빵 제조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3층과 4층 주방에서는 방문자들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따라 직접 요리해볼 수 있는 ‘셀프쿠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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