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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나요?"…남녀 다른 경찰태도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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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범죄, 2012년→2016년(5170건) 2배 이상 증가
몰카범 97%는 남성…이 중 30%만 기소
유례없는 몰카범 '포토라인'…국민청원 30만 넘고, 이번 주말 편파 수사 규탄 시위도
아시아경제

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안모(25·여)씨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검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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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홍익대학교 미대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20대 동료 여성 모델이 지난 12일 구속된 가운데 경찰의 수사태도를 두고 여성들이 들고 일어섰다. 경찰이 여느 때보다 몰카 범죄 수사에 적극정을 띤 것에 이어 여성 몰카범이 ‘포토라인’에 세워지는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몰카 범죄는 5170건으로 2012년 2400건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검거된 몰카범 4491명 중 남성이 4340명으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또 여성변호사회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선고된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 대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1심에서 71.97%는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집행유예 14.67%, 선고유예 7.46%, 징역형 5.32%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몰카 범죄자가 재판을 받는 비율은 30%에 불과해 나머지 70%는 특정인이 식별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실에 경찰이 여성 몰카범에만 이례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성들이 자신의 몰카 피해 경험을 알리는 등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페이스북 페이지인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엔 '화장실 몰카'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범인은 독서실 총무였고, 그 후로 나는 거의 2년 동안 무서워서 공중화장실에 갈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작성자는 경찰에게 "몰카범이 인터넷에 영상을 올렸을 경우 어떻게 하나"고 묻자 경찰은 "방법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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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사흘만에 3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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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은 사흘 만에 30만명을 돌파하며 청와대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게시자는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남성이기 때문에 재빠른 수사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됐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대한민국을 바란다"고 주장했다. 오는 19일 여성들은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도 진행할 예정으로 이번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시위를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 수는 1만7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장소, 시간, 해당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이 특정돼 수사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라며 “피의자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많이 노출 됐을 뿐이지 경찰이 포토라인에 세운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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