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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북한판 '마셜 플랜'…중국 '일대일로'와 정면충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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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워싱턴 EPA=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미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민간 투자가 허용될 것이며 북한의 에너지(전력)망 건설과 인프라 발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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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ㆍ김민영 기자] 미국이 비핵화 조치의 보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마셜 플랜'식 경제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마셜 플랜식 지원을 통해 새로운 패권을 추진하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 시간) 오전 '폭스 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미국은 미국 민간부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판 마셜 플랜'이 가동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목을 끌고 있다.

마셜 플랜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유럽부흥계획을 말한다. 1947년 당시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종전 이후 공산주의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해당 국가들에게 경제,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트루먼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지 마셜 미 국무장관이 대규모 유럽 경제원조 계획을 밝혀 이를 마셜 플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셜 플랜은 미국의 가장 성공한 대외정책으로 꼽힌다. 그 여파는 유럽통합의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 그 방식도 단순한 원조 형태가 아니라 미국 상품을 유럽 시장에서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유럽에 대한 미국의 경제 지배력을 확대한 측면도 강하다.

북한 입장에서도 열악한 전력망, 도로, 철도, 각종 사회간접자본(SOC)시설 등에 대한 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경우 경제발전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한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발 가치가 높은 광물자원에 대한 대규모 개발 투자가 이어질 경우 북한은 경제성장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북한판 마셜 플랜 정책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정면으로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로 구상 자체가 중국판 마셜 플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에 이르는 육상과 해상의 '신 실크로드' 구상을 공개적으로 공표했다. 미국이 주도한 아시아 지역의 헤게모니를 견제하겠다는 의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패권주의를 억제하는 차원에서 인도와 일본을 잇는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거점으로 하는 마셜 플랜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미ㆍ중의 패권주의 정책이 곳곳에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도로나 철도 등 물류 수송망은 결국 중국 본토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투자 의지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열악한 SOC 등 인프라 투자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서부터 미ㆍ중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할 가능성이 그 만큼 크다.

한편 북한이 대북 제재에서 벗어날 경우 선택하게 될 경제 개발 모델로는 베트남식 개발 모델이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과거 미국의 적국이었지만 지금은 우방국이 된 나라"를 꼽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베트남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값싼 임금과 우수한 노동력을 앞세워 제조업기지로서의 장점을 보여준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섬유산업처럼 위탁가공 산업은 노동력 비중이 커 중국, 베트남과 비교해 임금수준이 저렴한 북한이 경쟁력이 있다"며 "최저임금 개념이 없어 임금 수준도 우리나라와 협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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