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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홍기영칼럼] 구멍난 삼성 브랜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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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好事多魔)라서일까. 좋은 일에는 나쁜 일이 뒤따른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문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다. 4차 산업혁명 확산에 따른 슈퍼사이클 덕이다. 글로벌 호황이 지속되리라는 낙관론이 커진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는 곳곳에서 난타를 당한다. 기업 이미지는 추락하고 주주가치가 훼손된다. 당국과의 관계도 벼랑 끝으로 몰린다. 기업 스스로의 잘못과 삼성 때리기가 난마처럼 뒤엉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규정 위반은 최대 이슈다. 적자에 허덕이던 삼바는 3년 전 순이익이 단숨에 1조9000억원에 달하며 상장에 성공했다. 합작 자회사인 에피스는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됐다. 시장 가격은 4조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시장가치 뻥튀기를 문제 삼고 나섰다. 금감원은 회계처리 절차 위반과 관련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포함한 중징계 방침을 시사했다.

정권이 바뀐 영향일까? 금감원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삼바 주가는 폭락했고 시가총액이 3일 만에 8조원이나 증발해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 삼바 분식회계의 고의성과 무혐의 주장이 충돌한다. 6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이 나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이를 의식해 LG·현대차·SK그룹을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삼성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 직원들의 유령주식 매각은 삼성그룹 신뢰에 먹칠을 했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주주들에게 주당 배당금으로 1000원을 줘야 하는데 1000주를 직원 실수로 입력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주식이 28억주(112조원)나 생겨났다. 삼성증권 직원들은 “이게 웬 횡재냐” 하면서 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내다 팔았다. 삼성증권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 5년간 삼성증권이 전산 시스템 계약의 72%를 삼성SDS에 몰아준 부당 지원 문제가 관리 부실이 누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문제 삼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 와해 공작에 휘말렸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지역 서비스센터(협력사)를 위장폐업하는 방식으로 협력업체 직원들을 부당해고한 사례를 확인했다. 또한 검찰은 협력사 대표들이 노조 탈퇴를 종용하며 노조원에게 돈을 건넨 정황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협력사들이 노조원에게 단가가 높은 ‘중수리’를 금지하고 노조원만 특정 지역에 몰아넣어 1인당 수리 건수를 낮추는 등 임금을 차별한 행위도 조사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23%) 매각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보험사 고객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에 편승해 여당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주식 보유제한 기준(총자산의 3%)을 취득 당시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장 가격)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보험업법이 개정안대로 바뀌면 삼성생명은 계열사 주식 약 26조원어치를 팔아야 한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크게 흔들린다.

삼성은 무엇을 해도 욕을 먹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소송비 대납 사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등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계열사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에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도 매우 조심스럽다. 한때 삼성 임직원 사이에서는 “삼송합니다(삼성이어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가 나돌았을 정도다. 80년 역사의 삼성은 한국 수출 4분의 1을 담당하는 산업의 대들보다. 삼성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사적 브랜드 관리를 담당할 최소한의 통할 기능이 절실해 보인다.

매경이코노미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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