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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경영칼럼] 인공지능 차별화 전략 기술에 감성을 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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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소니는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를 한정 판매하기 시작했다. 동글동글한 몸매에 귀여운 얼굴을 가진 아이보는 인공지능, 센서, 통신 기능 등 첨단기술이 장착돼 주인과 상호작용한다. LED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진 두 눈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본체와 액세서리, 소프트웨어까지 400만원 가까운 높은 가격에 팔렸지만 1차 예약 판매는 30분도 안 돼 끝났다. 1999년 아이보 1호가 첫선을 보였던 당시 2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17분 만에 3000마리가 판매 완료됐던 기록과 맞먹는다.

소니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은 첨단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고객 정서를 자극하고 감성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인다. 최근 아마존 알렉사(Alexa)를 필두로 애플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Cortana) 등 음성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중화됨에 따라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개성 있는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음성 기반 인공지능의 감성은 목소리 성별과 말투, 대화 내용과 태도 등을 통해 표현된다. 예를 들어 알렉사는 여성, IBM 왓슨(Watson)은 남성 목소리로 설정됐고, 애플 시리는 고객이 목소리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대부분 똑똑하고 성실한 느낌을 주고 간단한 농담에도 무난하게 대꾸한다고 평가했다.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답을 찾지 못할 때의 반응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약간의 성격 차이도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이지적이면서 사려 깊은 여비서로 포지셔닝돼 비속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플 시리는 스마트하지만 도도한 느낌이 들고 간혹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수로 다른 이름을 부르면 ‘차라리 알렉사에게 부탁하지 그래요’라고 대꾸하기도 한다. 시리가 고객과 대화하며 애플의 브랜드 개성을 직접 전달하는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공지능에 고유의 성격을 불어넣는 개성 트레이닝 작업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 코타나 고유의 말투를 만들기 위해 시인, 소설가, 극작가 등을 영입해 팀을 구성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소통 디자이너는 알렉사가 대화 도중 ‘아 참!’ 같은 감탄사를 적절히 구사하거나 고객이 건네는 저속한 농담을 세련되게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물리적인 터치보다 음성으로 대화하는 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유통, 금융업을 중심으로 챗봇 도입이 활성화됨에 따라 인공지능 서비스가 제공하는 감성적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SK텔레콤 누구, 카카오미니, 네이버 웨이브 등 스마트 스피커가 잇따라 출시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여전히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기능적 역할에 집중하고 있어 독창적인 개성과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2017년 출시된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가 사은품 라이언 인형 덕에 주문이 폭주했지만, 귀여운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데서 나아가 개성 있는 서비스를 통한 브랜딩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때 소니는 고객들에게 ‘펫(pet)’ 같은 제품 만들기를 목표로 삼았다. 언제나 곁에 두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사랑스러운 대상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고객의 펫이 되고 싶다는 소니의 마음은 단순히 높은 수익과 점유율을 좇기보다 소비자를 위로하고 교감하고 싶은 기업의 태도를 보여준다. 고객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 경쟁은 결국 고객 마음 경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엔지니어가 개발한 기술에 고유의 브랜드 개성을 입히는 것이 마케터의 역할이다.

매경이코노미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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