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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정부, 가상화폐 거래제도 정비 않고 수사 칼날만..불안한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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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기된 의혹, 뒤늦은 수사로 시장 충격

불합리한 정부 기조에 업계 혼란·불만만 가중

거래소들 “초기 운영상 미숙함에 엄격한 잣대”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거래소도 주목

[이데일리 이재운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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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한국 정부에 소송을 걸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정책의 모호함이 시장에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검찰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압수수색하면서 암호화폐를 둘러싼 신뢰성 논란이 재발 됐다. 법조계에서는 설사 검찰 말대로 ‘업비트 사업 초기 입·출금 계좌의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다(실제로는 없는 암호화폐를 있는 것처럼 속였다)’고 해도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자본시장법 적용도 어려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10일과 11일 이후 업비트 고객의 인출 비율도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 등 규제 정비에 팔짱을 낀 사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묵은 의혹, 앞선 해명에도 늑장 수사로 들쑤셔

업비트는 한창 국내에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던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후 거래액이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 비트파이넥스와 제휴해 다른 국내 거래소들과 달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대체하겠다며 등장한 대안 암호화폐)의 상장이 빨랐고, 원화(KRW) 외에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으로 다른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시장까지 개설하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성장 과정에서 이른바 ‘장부거래’로 불리는 허위 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거래소는 원래 실제 매도 물량을 실제 매수 물량에 맞게 연결해줘야 하는데, 거래소가 임의로 암호화폐를 부풀려 매수자들에게 판매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번에 이뤄진 검찰 압수수색도 이에 관한 부분이다.

업계는 불합리함을 토로한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그간 계속 해명을 해왔던 부분인데 검찰에서 뭔가 제보를 받고 나선 것 같다”며 “아직도 정부 기조가 암호화폐 시장을 제한하려는 것 같은 기조가 깔려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 없는 초기 혼선 과정만 표적 수사 논란…미국도 ‘테더’ 논란 마무리

업비트와 빗썸 등 12개 거래소들은 이번에 논란에 휩싸인 △코인 상장 시 공개 시점이나 △코인 내용 공개 등을 담은 자율규제 심사를 한국블록체인협회(회장 진대제)로부터 받고 있다.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영업비밀이라 코인 상장 절차 자체를 공개하라고 하긴 어렵지만 코인의 가치가 어떤 과정에 따라 따져지고 상장절차를 거치는 지 등 자율규제 심사를 하고 있다”며 “6월 10일께 1차 자율규제 통과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자율규제심사 결과를 기반으로 은행연합회 등과 협의해 암호화폐 신규계좌 개설 문제와 ICO(암호화폐공개) 규제 개선에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업베트 압수수색은 금감원의 수사 의뢰에 대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정부에 제도 정비를 요구했음에도 지지부진하다 검찰이 나섰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법무부는 암호화폐를 ‘가상통화’로 부르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기조가 강하다”며 “법에 규정돼있지 않다고 ‘불법’으로만 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 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이후 이런 기조가 여전하다는 시각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금융권에 대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서도 앞서 지난해 말 ‘테더’ 논란이 일었던 바 있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1달러를 1테더로 교환해 거래 매개체로 쓰는 과정에서, 실제로 입금되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도 테더를 마구 발행했다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연방의회에서 열린 관련 청문회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해당 의혹은 더 이상 제기되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거래소 관심

이 사건을 계기로 투명성을 높인 ‘분산형 거래소’ 구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아직 블록체인이 상용화되지 않아 기존 주식 거래 시스템을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간(P2P) 거래로 가는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관련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지미 정 아이오스 대표(CEO)는 최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이오스트(IOST)’를 소개하며 분산 거래소를 주요 활용 예시로 들었다. 그는 “고객 자산을 중앙화하지 않고 직접 P2P 거래가 가능해져 투명성은 물론 거래소 파산 등에 따른 위험성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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