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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김현주의 일상 톡톡] '모범재벌' LG, 100억대 탈세 의혹 휩싸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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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나라 재벌들은 '경영과 소유를 떼어내야 한다'는 숱한 지적에도 무리하게 그룹 3세 혹은 4세로 경영권 세습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코 적지않은 편법이나 불법이 있었다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재벌가 탈세 의혹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9일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LG그룹 총수 일가가 LG상사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혐의 때문입니다.

LG 탈세 의혹에 재계는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 그룹은 삼성, 현대차 등과 달리 '지배구조 모범생'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진이나 금호와 같은 오너가(家) 리스크도 다른 재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재벌들은 시도 때도 없이 수사받고, 조사받는데 어떻게 투자와 고용에 앞장 설 수 있냐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주장에 아예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탈세는 예외 없이 엄하게 다뤄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부자들의 탈세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들은 해외 주식ㆍ부동산 양도차익을 숨기고, 해외공사 원가를 부풀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을 최근 과세당국이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재벌가 탈세, 지배구조 문제 등은 분명 개선해야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부분도 있다며 예측 불가능한 수사나 규제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조차 위축시켜 고용 창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LG그룹 총수 일가 탈세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세금을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해 계열사 지분 거래 방식을 위장한 정황을 포착, 구체적인 탈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총수 일가 구성원 등 10여 명이 증권사를 끼고 유사한 방식으로 거래하다 과세당국으로부터 일제히 고발당한 점에 비춰, 이번 주식 거래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 9일 LG 본사(서울 여의도 소재) 재무팀과 한 증권사 모 지점을 압수수색하여 확보한 세무·회계 장부 및 주식거래 관련 전산 기록을 토대로 국세청이 고발한 혐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LG상사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 구성원들이 그룹 지주사인 ㈜LG에 지분을 매각,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100억원대 양도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국세청 고발 내용을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고발한 LG 일가 구성원은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주식을 거래, 장중 거래를 한 것처럼 위장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통상 특정 매수·매도인 간 대량 거래는 장중 매매가 아닌 거래시간 종료 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이뤄지지만,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된 LG 일가 구성원은 장중에 지분을 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통정매매(通情賣買)' 실무는 거래를 위탁받은 증권사 지점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정매매는 자기가 매도하는 같은 시기에 그와 동일한 가격으로 타인이 그 유가증권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통정한 후 매도하거나, 자기가 매수하는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으로 타인이 그 유가증권을 매도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통정한 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 거래, 회사 조직 차원에서 이뤄진걸까?

관련 법규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 주식이 최대 주주 지분에 해당하면, 경영 프리미엄을 고려해 유가증권 가치를 시가보다 20∼30% 높게 산정해 관련 세액을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LG 일가 지분 매각의 경우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해당, 세금을 내야 할 때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 가치가 결정된다.

세계일보

LG 일가 구성원 10여 명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장내 주식시장에서 특수관계인이 아닌, 상대방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거래를 위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10여 명이 비슷한 장중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총수 일가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탈세를 기획했을 일말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주식거래를 중개한 증권사 직원의 공모 혐의도 들여다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과세당국과 이견 있어"…당혹감 역력

LG는 그룹 차원의 전격 압수수색이 사실상 처음이어서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LG상사가 지주사인 ㈜LG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어 구본무 회장 등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296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LG상사는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어 LG그룹의 경영승계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바 있다.

다만 구 회장은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도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계일보

지난 1월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구본준 LG 부회장(가운데)이 최고경영진과 경영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LG 제공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12월에도 LG상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였다.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았던 LG상사와 LG그룹 계열사간의 거래 관계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세무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사 주체가 서울청 조사4국이어서 특별세무조사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대기업 탈세나 탈루 혐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주로 기획조사하는 부서다.

LG 측은 "일부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금액의 타당성에 대해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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