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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서울대 학생들, 총장선거 참여 줄곧 요구하더니…첫 투표율 달랑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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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문제 관심 적은 세태

취업난에 소홀한 처지 탓인 듯
한국일보

개교 72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총장 선출과정에 참여하는 학생투표가 10일 진행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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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이래 학생들이 유권자로 처음 참여한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정작 투표한 재학생은 6명 중 1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회가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학생도 총장 선출에 참여하도록 지난해 제도 개정을 이끌어냈지만, 정작 학생들은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취업난 등에 시달리느라 학내 문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학생들 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10일 실시한 총장예비후보자 학생 투표에는 4,846명의 학부ㆍ대학원 재학생과 연구원만 참여했다. 앞서 일종의 투표권 확보 절차와 동일한 예비후보자정책평가단 등록엔 8,029명이 참여했다. 투표권을 가진 전체 학생이 3만3,000명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실제 투표를 한 건 고장 15%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물론 이들이 투표를 하지 않은 데는 각각의 이유가 있다. 학부 재학생 이민규(23)씨는 “당장 총장이 누가 돼도 학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고, 대학원생 윤한솔(27)씨는 “과제 등 일상적인 일과에 비해 총장 선거는 학생들의 직접적인 삶과 동떨어져있다고 느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4학년인 류모(25)씨는 “곧 학교를 떠날 건데 총장이 누가 되든 중요하지 않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학생 입장에서 보면 굳이 선거에 참여할 만큼의 인센티브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학내 문제에 무관심한 최근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꾸준히 증가해온 것과 다른 모습이다. ‘학교 밖 정치엔 관심이 크지만, 학교 안 정치엔 관심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정유라 입학비리’ 사건 이후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던 이화여대의 지난해 총장 선거에서조차 학생 투표율은 41.9%로, 20대 총선(52.7%), 19대 대선(76.1%)의 20대 투표율에 한참 못 미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자리 정책 등 개인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선에 비해 대학총장 선거가 미치는 영향은 작아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총장예비후보자 투표 결과, 강대희 의대 교수가 1위에 올랐고 이건우 공대 교수와 이우일 공대 교수가 뒤를 이었다. 총장추천위원회는 16일 이들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며, 이사회는 이 가운데 1명을 최종후보자로 선정하게 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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