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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뉴스 TALK] 가상화폐 거래소 잇단 檢警수사… "이러다 블록체인 새싹 잘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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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 사무실에 서울 남부지검 수사관 10여 명이 들이닥쳤습니다. 업비트가 가상 화폐를 실제로 갖고 있지도 않으면서 전산을 위조해 거래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입니다.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여섯 시간 동안 압수 수색을 진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를 확보했습니다. 검찰 수사관들은 다음 날인 11일 오전에도 2차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느닷없이 검찰 압수 수색을 당한 업비트는 한동안 넋이 나간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압수 수색 초반에는 검찰 수사관과 영문도 모르는 직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고 전해집니다. 검찰 수사관들은 업비트 경영진과 개발자들을 불러놓고 서버와 개인 지갑(가상 화폐를 담아두는 저장 장치) 등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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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래소들이 가상 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거래하고 있다는 소문은 일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꾸준히 나돌고 있지만, 검찰이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회사를 조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이에 대해 업비트는 11일 공지문을 통해 "고객님의 자산은 안전하게 고객 계좌에 보관돼 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비트 고위 관계자도 "거래 장부를 속이는 일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내부적으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올해 들어 다달이 국내 대형 가상 화폐 거래소가 줄줄이 검경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습니다. 1월에는 국내 3위 업체 코인원이 마진 거래 혐의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았고, 2월에는 2위 업체 빗썸이 해킹 사건과 관련해 경찰 압수 수색을 받았습니다. 3월에는 5위 업체 코인네스트가 압수 수색을 당한 데 이어 회사 대표가 횡령과 사기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습니다.

검찰의 연이은 강공으로 국내 가상 화폐 업계는 핵폭탄을 맞은 분위기입니다.가상 화폐와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제도 정비가 안 된 상황에서 수사 당국이 무엇을 문제 삼을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4차산업 시대의 기대주로 꼽히는 가상 화폐와 블록체인의 싹이 잘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장형태 기자(sha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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