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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車 관세폭탄 맞으면 생산기지 美이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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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20%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발언이 현실화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역대 최대 위기를 맞는다. 국내 차 업체들은 높은 관세장벽을 피하기 위해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내 차 생산량은 더 빠르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국내 차 생산량은 2011년 465만대에서 작년에는 411만대까지 줄었는데, 여기에 대미 수출 물량인 60만대마저 미국 공장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20%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생산은 400만대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며 "국내 완성차 생산이 줄어들면 차 부품 산업 기반도 무너지는 등 영구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강 협상 재판되나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폭탄 예고는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성공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8일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양자 무역협정을 무시한 일방적 무역 보복 조치였다. 하지만 미국은 국가 안보에 타격이 있을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면서 WTO 협정 위반 논란을 비켜 갔다. WTO 협정에서도 국가 안보는 예외로 인정받는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철강 제품에 국가 안보를 적용한 것처럼 자동차에도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트럼프 정부 통상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해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치가 구체화되기 전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인 독일, 일본 등과 연합해서 공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와 언론 등을 상대로 자동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 공동화 우려

그동안 트럼프의 협박성 발언이 대부분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차 업계의 우려는 크다. 이미 경직된 노사 문화와 고비용 저효율 구조 등으로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자동차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150만개의 일자리를 담당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20여 년간 국내 공장을 증설하지 않았고, 최근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생산 가능 대수가 26만대 감소했다.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경쟁력은 이미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2015년 175억달러에 달했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016년 11% 감소한 156억달러, 지난해 6% 감소한 146억달러로 내려앉았다. 업계에선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로 버틸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올라간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 업체에 뒤진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미국 판매량의 절반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현지 공장을 늘리라는 압박이 계속될 경우, 국내 생산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는 한개 브랜드당 5000여개의 협력 업체가 관여하는 등 각종 부품과 판매·A/S 서비스 산업까지 아우르는 전후방 효과가 강한 산업"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우리 경제의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현묵 기자(seanch@chosun.com);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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