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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맥킨지의 빅픽처]‘굴뚝’ 화학산업, ‘디지털’ 달고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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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오작동 감지 모델 도입 후

작업 중단 시간 10시간 → 15분

고객 데이터 활용해 판매 증진

기업 간 거래도 디지털 플랫폼

시스템 통합된 한국 기업 큰 효과

사업ㆍ기술ㆍ조직 ‘트리플’ 혁신

지난 3~5년 화학 업계에 전례 없는 디지털화 물결이 일고 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바스프 4.0’이라는 기치 아래 공급망과 제조 부문의 디지털화에 총력을 기울이며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중이다. 예컨대,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에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 중국 중견 중소기업에 다양한 포트폴리오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선도 화학업체들은 다음의 세 가지 디지털 기회를 바탕으로, 업무 향상 및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공장 등 다양한 업무에서 생산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첨단 분석 모델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한다. 둘째 모바일기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공급업체와 고객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 셋째, 업무 자동화와 로봇 공학을 품질개선과 운영 프로세스 효율화에 적극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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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는 일반 화학업체의 경우 제조, 마케팅ㆍ영업, 조달 등 전통적인 기능을 디지털화함으로써 EBITDA(법인세ㆍ이자ㆍ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8~13%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먼저, 디지털 효과가 가장 큰 분야는 제조 과정이다. 현재 화학공장에서 폐기되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첨단기술로 제대로만 분석ㆍ활용해도 수율(yield)과 공정 처리능력(throughput)을 향상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도 가능하다.

한 대형 폴리우레탄 제조사는 주요 생산공정 과정에서 수집한 5억 개의 데이터를 첨단기술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일체의 추가 자본투자 없이 이소시아네이트(isocyanates) 원료 생산을 10% 늘리고, 고압증기 사용률을 25% 줄였다. 또 다른 특수화학업체는 주요 공장 운영자들에게 공장의 성능을 최적화하도록 각종 변수를 조절하는 상세한 방법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특수 앱을 제공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생산량은 30% 이상, 수율은 6%포인트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는 2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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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펌프 고장으로 10시간씩 공장이 멈춰서는 일이 반복됐던 한 계면 활성제 기업의 경우, 수 백개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랜덤 포리스트(다양한 정보를 통해 예측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사전 오작동 감지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10시간씩 생산을 멈추는 대신, 공장 운영자들이 오작동이 임박했을 때 단 15분 동안 특정 부품을 청소함으로써 단번에 해결했다. 이를 통해 생산 손실과 유지 비용을 각각 58%, 79%씩 줄였다.

이 사례들은 한국 화학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화학기업은 디지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업스트림(원료생산공정) 제조에 대부분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전통적인 비용절감과 이른바 ‘6시그마’ 경영혁신에는 비교적 강하지만, 첨단 분석 기술과 디지털 성능 솔루션 도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내 화학기업의 경우 계획, 조달, 공급망 등이 수평적으로 한 번에 통합돼 있어 더 높은 잠재력이 있다.

두 번째로 큰 기회는 디지털 마케팅 및 영업 분야다. 첨단 분석기술로 구현된 가격책정 시스템 적용, 데이터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 창출, 고객 예측을 위한 알고리즘 사용과 영업 대응 전략 수립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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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로벌 선도 식품업체는 세세한 상품 단위별로 수백만 개 데이터를 끌어모아, 이를 분석한 뒤 개별 영업 담당자에게 판매 증대 방안을 손쉽게 앱으로 전달했다. 지난 5년간 성장을 하지 못한 이 기업은 이 시범 사업을 통해 8% 성장을 기록했다. 대형 특수화학업체의 경우, 7개 핵심 판매국에서 개인 리스크 및 지불 의사를 바탕으로 수십만 개의 상품ㆍ고객 조합에 대해 가격을 재설정하는 데 첨단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그 결과 가격 인상 폭을 과거 1%에서 3~7%로 올릴 수 있었다.

디지털 채널 대응 전략도 중요하다. 알리바바, 아마존 비즈니스와 같은 기업들이 화학 업계에 뛰어들면서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솔베이(Solvay), 코베스트로(Covestro), 에보닉(Evonik)과 같은 화학기업들은 알리바바 B2B 플랫폼인 1688닷컴에 최근 온라인 브랜드 스토어를 오픈했다.

맥킨지 최신 연구 결과, B2B 화학 구매자의 85%가 상품 재주문 시 영업직원보다 디지털 채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화학기업들은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새로운 옴니채널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 화학기업들의 경우 수출시장이 대부분 공급사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고객에 대한 접근성을 단순화하고, 첨단 분석기술을 통해 공략할 시장과 고객을 찾아낸다면,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기회에도 정작 많은 화학기업은 디지털 어젠다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화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바로 업무 방식은 일절 바꾸지 않으면서 디지털 솔루션 도입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한 화학업체 대표는 이를 ‘PP(Poor Processesㆍ부실한 프로세스,)+NT(New Technologyㆍ신기술)=EPP(Expensive Poor Processesㆍ값비싸고 부실한 프로세스)’라는 간단한 공식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결국 비즈니스ㆍ기술ㆍ조직을 아우르는 ‘트리플(Triple) 혁신’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혁신은 디지털화가 가져올 기회와 요인, 기능을 상세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디지털 로드맵을 수립하고, 3~5년의 디지털 여정을 통해 엔드투엔드(end-to-end ㆍ모든 구성요소 연결) 프로세스가 디지털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이제 수년이 아닌 수주 만에 새로운 유지관리 앱이 개발돼야 하며, 완전히 새로운 정보기술(IT) 및 데이터 관리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 직원들의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도 집에서 활용하는 휴대폰 앱만큼이나 간편하게 사용돼야 한다.

조직 전환도 필수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일부 우수 조직의 몇몇 데이터 전문가가 수행하는 것이 아닌, 모든 기능, 직급, 사업부문 등 전사적인 디지털 역량을 요구한다. 디지털 아카데미를 세워 데이터 과학자 및 통역가를 육성시키고, 일하는 방식도 ‘애자일(agileㆍ기민)’하게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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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혁신을 통해 향후 비부가가치 활동은 로봇이 맡는 대신, 엔지니어는 처리율 개선을 위한 첨단 분석기술을 개발하고, 영업 관리자는 고객 상품 계획을 자동으로 수립하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대면 시간을 극적으로 늘려갈 것이다.

화학 산업의 디지털화는 한국 화학 기업에 상당한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제조 공정과 직원 자질, 경영 계획 실행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크게 두 가지 부문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디지털 전략을 수립해 자체 운영 모델과 기술 시스템을 위한 파괴적(disruptive)인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직원들은 12~16주의 짧은 디지털 사례 실험과 실패에 대한 포용, 신속한 자원 재분배 등 애자일한 조직 문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빅데이터와 첨단 분석기술의 힘을 활용해 운영 프로세스를 꾸준히 개선하기 위해선 조직 내 위계질서에 도전할 의사도 있어야 한다.

마르코 모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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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모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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