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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전영기의 시시각각] '드루킹 특검법' 대통령이 결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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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속이고 민심 훔친 위헌적 사건

대선 불복? 그런 생각 아무도 안해

중앙일보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홍영표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드루킹(김동원) 혹은 김경수 특검법안’ 처리를 놓고 시험에 들었다. 특검법 논의는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양심의 자유’에서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 헌법 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 엄중한 현실이다. 추상적 관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구체적으로 한국인이 침해받아서 안 될 양심의 자유를 열거했다. “대한민국 헌법상 양심의 자유는 양심 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뿐만 아니라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양심 실현의 자유를 포함한다.”(96헌바35) 특검법안에서 문제 삼는 댓글 여론조작은 국민의 ‘양심 형성의 자유’ ‘양심 결정의 자유’ ‘양심 실현의 자유’ 세 가지 중 양심 형성이 공격당한 사건에 해당한다.

문재인 진영에서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으로 대접받는 김어준씨까지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내 생각은 이게 아닌데 이렇게 생각해야 하나 보다, 그걸 노리는 것. 매우 중대한 범죄”(2월 1일 SBS 방송)라고 말한 바 있다. ‘내 생각’을 여론조작을 통해 다르게 바꾸려 한 짓은 헌재가 판시한 양심의 자유로운 형성을 방해한 죄다. 김어준은 “이게 정치적 목적을 가지거나 돈이 개입되거나 조직이 동원돼 누군가가 시켜서… 한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불법의 구체적인 행위를 적시했다. 이 발언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배후로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지목(4월 14일 TV조선 보도)되기 전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후 사태 전개에 김어준이 예측한 모든 불법 패턴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김경수 의혹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대선을 앞두고 김동원 조직이 댓글 여론 작업을 했다는 1만9000건의 기사다. 민주당은 이 부분이 특검법 수사 범위에 들어가면 “대선 불복이 된다”며 결사 반대하고 있는데 “논리 비약이며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마음에 지어내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럴수록 오해와 의심이 커질 뿐이다. 민주당은 “악성 댓글을 등록해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이 국정원 댓글 부대와 매우 흡사하다”(1월 31일)고 발표했었다. 사람들은 국정원 댓글조작 때문에 선거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으로 국정원 수사를 지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민은 여론조작은 국정원에 의해서든 정당에 의해서든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믿음으로 댓글 문제를 바라봤다. 따라서 이번 특검법을 국정원 댓글과 같은 선상에서 받아들이는 게 집권세력이 취할 정도라고 본다.

헌법 수호는 이 정부의 탄생 근거요, 문 대통령의 존재 이유다. 김경수가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댓글조작은 ‘김경수에 대한 청탁·협박’이나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와 같은 단순 형사 사건이 아니다.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선언한 헌법 19조 부정 사건이다. 헌법의 눈으로 봐야 국민을 속이고 민심을 훔친 댓글조작의 위험성이 드러난다. 민주주의의 적은 우리 내면에서 양심의 자유로운 형성을 억압하고 뒤트는 데서 싹이 튼다. 여론조작, 헌법 위배는 자유 한국에 대한 반역이요,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적폐 1호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이 특검법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김경수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수호자인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김경수를 특검 무대에 올려야 한다. 아무리 김경수가 중하다 해도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통령의 임무보다 중요할 수 없지 않은가.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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